[고교 서열화 사실로] ‘학종’ 자소서 위반 수백 건 적발… ‘부모 찬스’ 감사 진행

‘고교 프로파일’ 학생부에 금지된 스펙 제출 간접 창구로
교육부, 고교 정보 제공방식 개선·비교과 비중 축소키로

교육부 조사 결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합격자 비율이 ‘과학고>외고·국제고>자사고>일반고’ 순으로 확인된 가운데 교육부가 ‘부모 찬스’가 있었는지 감사를 통해 확인키로 했다.

학종 실태조사에 따르면 과고·영재고 등 특목고와 자사고의 경우, 내신 등급이 낮은데도 합격률은 높게 나타나는 등 고교 등급제를 의심할만한 정황이 일부 포착됐다. 무엇보다 과고·영재고 학종 합격률이 일반고의 2.9배나 높았다. 일반고는 평균 2등급 정도의 학생이 지원해 1.5등급 이내 학생이 합격하는데, 자사고·특목고는 평균 3.0∼3.5등급의 학생이 지원해 2.5등급 안팎의 학생이 합격하는 경향을 보였다.

고교 소재지별로도 서울 고교 학생 수는 전국에서 17.2%를 차지했으나 합격자 비중은 학종에서 27.4%, 수능에서 37.8%로 학생 수와 비교했을 때 훨씬 높게 나타났다. 학종과 수능 중에 서울은 수능에 강세를 보이지만, 광역시와 읍·면은 학종에 비교적 강세를 보이는 경향도 있었다. 고교 비평준화가 일부 있는 중소도시는 수능에 조금 더 강세를 보였다.

또 고등학교들이 학종을 위해 대학에 제출하는 ‘고교 프로파일’(공통고교정보)이 어학성적·소논문 등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가 금지된 ‘스펙’을 제출하는 간접 창구로 활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외국어고는 텝스(TEPS) 등 공인어학시험 성적으로 교내 상을 주고는 수상자 명단을 고교 프로파일에 명시했다. 학생부에 2011학년도부터 어학시험 성적은 쓸 수 없지만, 교내 수상 실적은 쓸 수 있다. 이런 학교의 학생들은 고교 프로파일과 학생부를 통해 어학 고득점 사실을 대학에 간접 제출한 것이다. 고등학교들은 대학 진학 실적을 고교 프로파일에 첨부하기도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상위권 대학에 몇 명을 보냈는지를 밝히면서 우수 고교라며 ‘어필’한 셈이다.

아울러 자기소개서, 추천서에서는 기재가 금지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드러나는 내용이 들어가는 등 위반 사항이 366건 발견됐고 자소서에서도 표절로 추정되는 경우가 228건 있었다. 특기자 전형에서 어학 능력 등을 자격·평가요소로 설정해 특정 고교 학생이 일부 계열에서 합격자의 70%를 차지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하지만 국가보훈대상자, 지역인재, 농어촌학생, 기초생활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한 고른 기회 특별전형은 총 등록 인원 기준 8.3%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교육부는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고교 정보 제공방식을 개선하고 학부모 영향력을 최소화하도록 자소서 등 비교과 영역의 대입반영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학종을 개선하기로 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실태조사에서 추가로 확인할 사항들은 추가 감사를 진행하고 학생부종합전형 운영 가이드라인 내실화 등 제도개선도 추진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강현숙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