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결과가 관심을 끄는 건 조사의 배경이다. 조국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에 내정되면서 자녀의 대학입학ㆍ의전원 입학이 논란을 빚었다. 조국을 두둔하는 측에서는 학종의 제도적 한계라며 문제를 일반화시켰다. 이런 때 착수한 게 교육부의 학종 실태 조사다. 조국 사태를 제도 자체의 문제로 해석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바로 그 결과가 나온 것이다.
발표에서 두드러지는 건 특목고의 높은 합격률이다. 학종 지원자의 평균 내신등급은 일반고가 1.98, 자사고 3.44, 외고ㆍ국제고 3.63이다. 고교 유형별 최종 합격률은 일반고 9.1, 외고ㆍ국제고 13.9, 자사고 10.2였다. 내신이 낮은 특목고 학생이 합격률에서는 높았다. 대학들이 일반고보다 특목고 학생을 더 많이 합격시켰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학종이 고교 서열화의 폐단을 고착화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울 건 없다. 특목고 등장 이후 이 문제는 고질적인 문제였다. 대대적인 실태 조사가 내 놓은 결론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번 조사에는 13개 주요 대학의 지원자 202만명의 4개년 자료가 대상이었다. 교육부 공무원 9명, 교육청ㆍ유관기관ㆍ 관련자와 시민 감사관 15명이 투입돼 한 달 이상을 뒤졌다. 누가 뭐래도 이번 조사의 목적은 학종 비리 적발이었다. 그런데 나온 게 없다. 누구나 다 알던 고교 서열화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대(代)를 이은 특혜 입학’도 교육부가 중점적으로 확인한 부분이다. 대학 교직원 자녀가 수시에 지원한 사례는 모두 1천826건이었다. 합격률은 14%였다. 자녀가 부모 교수 소속 학과에 합격한 사례는 33건이다. 교육부는 확인된 위법 사항이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학교의 자율 조정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13개 대학 모두가 회피ㆍ제척 규정을 두고 있었다. 자녀가 지원한 입시에는 부모가 관여할 수 없게 했다.
교육부의 설명은 장황하다. 고교 프로파일, 자소서ㆍ추천서에서 편법 기재 또는 기재 위반 사례가 일부 적발됐다고 했다. 하지만, 그 정도가 부정입학의 예로 설명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중소기업청장상을 받았으며…’ ‘한국수학올림피아드에 도전해 우수한 성과를 거두며…’ 등의 편법적 소개 정도다. 교육부는 ‘추가 조사’와 ‘특정 감사’의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이런 추가 조사가 가능한 일인지, 실효성은 있는 일인지 조차 의문이다.
공연히 대통령의 정시 확대 천명만 애매해졌다. ‘학종보다는 정시가 그나마 공정하다’가 대통령의 논지였다. 이번 조사는 대통령의 그 전제를 크게 흔들었다. ‘학종 자체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부정 입학의 사례도 못 찾고, 제도에 숨겨진 구조적 문제도 못 찾고, 대통령이 말한 정시 확대의 정당성만 어지럽혀 놨다. 교육부가 이런 학종 실태 조사에 왜 그 많은 인력과 시간을 소모한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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