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 시대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노인인구 비율이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25년 후에는 그 비율이 20%를 초과하는 초고령화사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어느 세대도 겪어보지 않은 이런 인구의 불균형 시대에 우리는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 그 중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외로움일 것이다.
오늘날 외로움은 전 세계적으로 모든 연령, 성, 계층, 소득수준에 걸쳐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영국에서는 비만보다 더 삶의 질을 악화시키고 하루 15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외로움을 질병으로 보고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 나가기 위해 2018년 1월 세계 최초로 외로움을 담당하는 장관을 임명했다.
개인적 감정인 ‘외로움’을 사회적 질병으로 보고 국가의 주요 의제로 삼으며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고, 인공지능로봇의 등장과 더불어 기발한 아이디어상품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분명한 것은 물리적 기술에만 의존하는 해결책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IT에 기반을 둔 SNS가 수많은 사람을 연결해주고 산업화 및 물질적으로는 성장하고 있지만 행복수치는 그만큼 성장하지 못한 채 오히려 반대로 나아가고 있다.
매년 국민행복지수를 계량적으로 측정하고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려면 국민행복지수 영향평가를 거쳐야 하는 나라가 있다. 건물을 지으면 환경 영향평가를 하는 것과 같이 정책이 미치는 심리적 영향, 즉 마음읽기를 하는 것이다.
국민의 97%가 스스로 행복하다고 말하고 국민소득이 우리의 110수준에 불과하지만 세계 기부 순위는 늘 상위인 나라, 잘사는 사람을 늘리기보다 못사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가치 아래 국민행복을 최우선에 두고 있는 나라가 바로 아시아 서남부 왕국 ‘부탄’이다.
올해 일부 지자체는 행복지수가 높은 이 나라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하기도 했는데 이는 경제성장과 행복이 비례적이지 않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현시대의 자구책인 것이다.
급속도의 산업ㆍ고도화가 가져온 파생현상을 제도가 미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 다양하고 복잡함으로 인한 소외를 완화시켜줄 수 있는 해답은 사람과 사람을 그리고 공간과 공간을 연결해 소통하는 것이다.
영국의 한 프렌차이즈 커피숍에서는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앉아 대화할 수 있는 ‘수다석’이 있고 매년 6월이면 영국 전역에서 이웃과 만나 음식을 나눠 먹는 빅 런치행사가 벌어진다. 2009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에 매년 1천만명이나 참여한다고 한다.
핀란드에서는 학생기숙사, 고급민간주택 등 공동주택에 대해 하나의 공동체가 되도록 설계, 서로 마주칠 일이 없었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게 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외로움은 개인의 몫이다.
우리는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마음이 아프면 극복할 수 있는데 정신력이 약해서라며 자신을 탓한다. 이런 탓으로 외로움은 더욱 악화돼 간다.
우리나라도 더 늦기전에 외로움을 해결 할 수 있는 소통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외로움을 개인의 몫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사회가 같이 해결해야 할 사항으로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상호간 소통이 강화되면 궁극적 삶의 목표인 행복지수가 상승할 것이고 나아가 더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제 외로움에 대한 의식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김동규 안산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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