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독도 헬기 추락사고 열흘째인 9일 범정부현장수습지원단이 차려진 대구 달성군 강서소방서을 찾아 실종자 가족 면담을 가졌다.
이날 이 총리는 “가족 여러분의 비탄 앞에서 무슨 말씀을 드리겠습니까”라며 “진작부터 오고 싶었지만 이제 와서 미안합니다. 정부가 할 일이 무엇인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먼저 실종된 김종필 기장(46)의 아들은 “인명 구조에 책임감 있던 아빠는 든든한 가장이셨다”며 “저희 아빠가 돌아오게 해주세요”라고 말하자 실종자 가족들이 눈물을 쏟아냈다. 또 배혁 구조대원(31)의 아내는 “결혼 직전 헝가리 수난 사고에 보냈을 때도 구조활동에 보람을 느끼는 남편을 혼자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제 전부인 남편을 차가운 바다에 뒀다. 품으로 돌려달라”면서 흐느꼈다.
박단비 구급대원(29)의 모친은 “우리 딸은 국가의 부름을 받고 소명을 다했다. 나라에서 하라는 대로 다 했다”며 “시신이라도 거둬달라”고 울었다. 이어 “소방헬기를 대통령이 타는 헬기처럼 더 좋은 헬기로 만들어달라”고 덧붙였다.
가족들은 실종자 수습을 위해 가용 인력과 장비 동원을 요청했고, 이에 대해 이 총리는 “독도 해역에 익숙한 민간잠수사들을 동원토록 하겠다”며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실종자) 모두를 모시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서정용 정비실장(45)의 형은 “실종자들과 함께한 다른 소방대원들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부탁했다. 배 구조대원 외삼촌은 “소방공무원의 평균 수명은 58.9세”라며 “국민 평균수명이 80세고 일반 공무원도 65세인데 소방공무원만 이렇게 수명이 짧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부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가 “세월호 유가족들만 신경 쓴다”고 항의하자, 이 총리는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에 대한 이야기는 국회에 출석해 정부 한 사람으로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총리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당장 오늘 상황을 다 점검하고 (이 자리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고 실종자 가족들 하나하나와 손을 붙잡은 뒤 1시간 동안 열린 면담을 마쳤다.
한편 지난달 31일 오후 11시 26분께 응급환자와 보호자, 소방대원 5명 등 7명이 탄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EC225 헬기 한 대가 독도에서 이륙한 직후 바다로 떨어졌다. 수색 당국은 지금까지 독도 해역에서 이종후 부기장(39)과 서정용 정비실장, 조업 중 손가락이 절단돼 이송되던 선원 A씨(50) 등 3명의 시신을 수습했다. 최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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