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투신 672건 달해… 수원 92건 최다
“재난현장 심리응급처치 등 지원 체계 필요”
“그날 목격한 끔찍한 사고 현장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성남의 한 아파트에서 4년째 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60대 A씨는 얼마 전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투신자살 현장을 최초로 목격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히 부서진 현장을 본 A씨는 이날 이후 ‘잊히지 않는 기억’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A씨는 “그날 본 모든 것을 선명하게 기억한다”면서 “사고 인근을 순찰할 때 섬뜩함을 느끼는 것은 물론 ‘무섭다’라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당시 A씨와 사고 현장을 목격한 주민 B씨도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아파트 단지를 지날 때면 무의식적으로 사고를 목격한 기억이 떠오른다”며 “어떨 때는 불안한 마음에 아파트 옥상을 올려 보며 걷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주거형태인 아파트에서 투신자살 현장을 목격하고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잊을 수 없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고도 아파트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주변의 시선과 우려, 상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 복합적인 이유로 선뜻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 내 아파트 투신자살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2017년 1월1일부터 올해 9월30일까지 분석한 관서별 아파트 투신자살(추정) 현황을 살펴보면, 도내 아파트 투신자살은 2017년 151건, 2018년 309건, 올해 9월 기준 212건 등 모두 672건을 기록했다.
또 최근 3년간 도내 아파트 투신자살이 가장 많이 일어난 지역으로 수원이 9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성남 72건, 의정부 44건, 용인 42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재난 현장 등에서 이뤄지는 심리적 응급처치인 PFA(Psychologicla First Aid)와 더불어 아파트 ‘트라우마 지원 체계’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투신자살 현장을 목격한) 본인 입장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로 심한 불안을 느끼는데, 이는 개인에게 책임이 전가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서 이 같은 부분까지 살필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트라우마에 대한 감수성을 비롯해 체계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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