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근 여론 조사 중에 이런 게 있다. 한국갤럽이 5일부터 사흘간 조사한 결과다. 응답자의 45%가 문재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했다. 10월 셋째 주 39%로 최저치를 기록한 뒤 3주 연속 상승이다. 긍정적 평가를 받은 항목은 ‘외교 잘함’과 ‘최선을 다함’이다. 반면 부정적 평가로는 ‘경제 문제 해결 부족’과 ‘인사 문제’가 꼽혔다. 이 중에도 경제 문제를 응답자의 34%가 못한다고 꼽았다. 부정 평가의 압도적 원인임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여론조사의 항목별 구분이 아니다. 실제로 모든 경제 지표가 나쁘다.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GDP 성장률은 0.4%다. 2분기 대비 성장률이다. 시장이 예상했던 0.5~0.6%에 크게 못 미친다. 연말 성장률 전망도 암울해졌다. 4분기 GDP 성장률이 1%는 나와야 연간 성장률 2.0%에 이른다. 2.0%라도 사실은 초라한 성과다. 연초 목표치는 2.7%였다. 이게 2.4~2.5%까지 낮춰졌는데, 이제 2%마저 가물가물해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 경제 2기의 완전한 실패다. ‘내년엔 좋아질 것’이라지만 전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지금 그들이 하는 건 재정 확대다. 2020년 예산안으로 513조5천억 원을 내놨다. 올해보다 9.3% 늘어난 슈퍼 예산이다. 이미 2018년 7.1%, 2019년 9.5%로 재정 팽창이 이뤄져 온 터다. 그 사이 국가 채무율은 40%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국고(國庫) 불안을 국민이 다 알고 있다. 여론조사 ‘34%’는 이런 민심이 수치로 재확인됐을 뿐이다.
이낙연 총리라고 자유로울 수 없다. 내각의 총 사령탑이다. 경제 문제도 당연히 그의 영역이다. 경제 1기팀과 2기팀을 모두 총괄했다. 당면한 경제 지표에 책임이 그에게 있다. 그런데 인기는 거꾸로 갔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곤두박질하던 순간에도 그는 대선 후보 1위까지 뛰어올랐다. ‘잠룡(潛龍)’으로써는 좋을 일이겠지만, ‘참모(參謀)’로써는 어울리지 않는 추이다. 이쯤 되면 문재인 정부가 한 번쯤 곱씹어 봐야 할 일이다.
때마침 이낙연 총리 당(黨) 차출설이 떠돈다. 자연스레 후임 총리 하마평도 나온다. 지역 안배를 감안한 후보, 탕평 논리를 반영한 후보, 통치 이념을 평가한 후보 등이 거론된다. 저마다의 셈법으로 설명된다. 그럴듯해 보이기도 하고, 더는 답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하마평이 덮고 가는 기본 조건이 있다. 여론 조사 ‘34%’다. 국민이 뭘 원하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저 특정집단의 이익과 기대에 꿰맞춰 각색하고 있다.
여론조사가 뭔가. 그나마 객관적인 평가 수치다. 그 수치에 ‘경제를 제일 못한다’고 나와 있다. 그러면 경제를 차기 총리의 첫째 항목으로 놓는 게 순리다. 그런데 자꾸 지역ㆍ정치력ㆍ외교력ㆍ탕평만 놓고 말한다. 마치 그 속에 대단한 ‘고수(高手)의 셈법’이라도 있는 것처럼 떠든다. 따지고 보면 자기들 좋자는 주판알 놓기 아닌가. 거기에 무슨 대통령 걱정이 있나. 진짜 걱정하는 여론은 이거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를 못한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