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했어 딸, 애썼다 아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4일 오후 5시. 경기도교육청 제30지구 제3시험장인 수원 대평고등학교 앞에는 시험 종료까지 한참 남았지만, 하루 종일 마음 졸이며 기도하던 학부모들로 북적였다. 5년 만에 가장
매서운 ‘수능 한파’가 찾아온 이날 시험을 마치고 나온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오후 5시30분 시험 종료 10분 전. 고사장 건너편 한쪽에서 연신 담배를 입에 문 채 초조해하는 수험생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오전에도 아내와 함께 아들을 고사장까지 데려다 줬다는 그는 이날 반차까지 내고 아들을 배웅하러 나왔다고 했다. 마침내 아들이 교문을 나오자마자 뜨겁게 안아주었다.
담담한 표정으로 교문을 나선 심규섭 학생(19ㆍ동원고)은 “모의고사 때보다 쉽게 나왔다. 준비한 만큼 잘 본 것 같다”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심군이 미소를 짓자 배웅 나온 어머니 입가에도 웃음이 피어났다.
앞서 같은 날 오전 7시30분에는 수험생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후배들의 열띤 응원전도 펼쳐졌다. 수원 동원고 선배들의 응원을 위해 다 같이 이곳을 찾았다는 동원고 2학년 학생 10여 명은 ‘수능 한파’로 볼이 빨개졌지만, 열정적인 응원으로 이마에는 한 방울 땀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와 함께 수능 날 ‘8시10분’ 입실 시각 앞두고 집 현관문 안 열리고, 고사장을 착각하는 등 ‘당황한 수험생’들도 속출했다. 오전 7시37분께 남양주의 한 주택에서 ‘집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신속히 출입문을 개방, 순찰차로 수험생을 고사장으로 호송해 가까스레 입실을 완료했다. 또 오전 8시3분께 고양에서는 고사장을 착각해 다른 곳으로 간 학생이 경찰의 도움을 받아 4.5㎞ 떨어진 자신의 수험장을 도착하기도 했다.
인천에서도 총 41명의 수험생이 경찰 순찰차를 통해 시험장에 입실했다. 수험생 A양(18)은 인천 부평구 동수역 인근에서 입실시각(오전 8시10분)을 5분가량 남기고 다급히 경찰 순찰차를 탔지만, 차량 정체로 꼼짝 할 수 없자 경찰 오토바이로 갈아타 시험장인 연수구 인명여고에 도착했다. A양은 5분 늦은 15분에 도착했지만 “오전 8시30분에 정문을 통과하면 괜찮다”는 인천시교육청 측의 허가를 받고서 무사히 시험장에 들어섰다.
아울러 평택에서는 폐질환인 기흉 수술을 앞둔 학생은 병원에서 시험을 치르는 진풍경도 벌어지는가 하면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으나 ‘시험편의 제공 대상자’로 접수하지 않아 시험장에 입장하지 못할 처지에 놓인 학생도 발생했다. 이 학생은 해당 학교와 평택교육지원청의 도움으로 무사히 시험을 치르게 됐다. 부천에서는 수능 감독교사가 어지럼증과 구토증상을 호소해 출동한 소방당국으로부터 긴급 이송되기도 했다.
이번 수능에서도 어김없이 부정행위자가 나타났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총 11명의 수험생이 부정행위를 저지르다 적발됐다. 유형별로 보면 ▲반입금지 물품(전자기기 소지) 5명 ▲종료령 후 답안지 표기 5명 ▲기타 1명이다. 부정행위자는 조사 뒤 확정되면 그해 성적이 무효처리 된다.
한편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이번 수능 날 총 32명의 수험생을 시험장까지 무사히 수송, 5명을 응급 이송ㆍ처치했다.
채태병ㆍ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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