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범 논란’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 역시 이춘재(56) 소행으로 경찰이 잠정 결론지었다. 8차 사건은 10차례의 화성연쇄살인사건 가운데 유일하게 범인이 검거된 사건이다.
경찰은 이춘재의 자백이 사건 당시 현장상황과 대부분 부합하다는 점을 토대로 이 사건의 범인을 이춘재라고 사실상 특정했다. 반면 사건 당시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한 윤씨(52)의 자백은 현장상황과 모순된 점이 많았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5일 이 사건 중간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수사본부는 이춘재가 “8차 사건도 내가 저질렀다”고 자백함에 따라 당시 범인으로 검거돼 처벌까지 받은 윤씨와 이춘재 중 누가 진범인지를 두고 수사를 벌여왔다.
수사본부가 이춘재를 8차 사건의 진범으로 결론 내린 것은 그의 자백이 결정적이었다. 사건 발생일시와 장소, 침입경로, 피해자인 박모양(당시 13세)의 모습, 범행수법 등에 대해 이춘재가 진술한 내용이 현장상황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특히 수사본부는 박양의 신체특징, 가옥구조, 시신위치, 범행 후 박 양에게 새 속옷을 입힌 사실에 대해서도 자세하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점 등을 토대로 이 같은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당시 숨진 채 발견된 박양이 속옷을 뒤집어 입고 있었는데 윤씨는 범행 당시 ‘바지와 속옷을 무릎 정도까지 내린 상태’에서 범행하고 다시 입혔다고 과거 자백했다. 반면 이춘재는 최근 자백에서 ‘속옷을 완전히 벗기고 범행한 뒤 이 속옷으로 현장에 남은 혈흔 등을 닦고 새 속옷을 입히고선 현장을 빠져나왔다’고 진술했다. 이춘재가 새 속옷을 박 양에게 입히는 과정에서 뒤집어 입혔을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중학생이던 박 양이 속옷을 뒤집어 입을 가능성은 적고, 속옷을 완전히 벗기지 않으면 뒤집어 입히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춘재가 사건 현장을 정확하게 묘사했다는 것이 경찰 측 판단이다.
경찰은 이러한 점들을 토대로 이춘재를 8차 사건의 진범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그를 이 사건 피의자로 정식 입건하지는 않았다. 또 과거 경찰이 윤 씨에 대해 고문 등 위법행위를 저질렀는지와 당시 윤 씨가 범인으로 특정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 현재까지 확인된 부분을 우선 공유하고자 브리핑을 마련했다”며 “이 사건으로 복역한 윤 씨가 최근 재심을 청구함에 따라 재심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당시 수사기록을 검찰에 송부했다”고 말했다.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 양의 집에서 박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이듬해 7월 당시 22살이던 윤씨를 범인으로 특정, 강간살인 혐의로 검거했다. 이후 윤씨는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아 19년을 복역한 끝에 2009년 가석방됐다.
양휘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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