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개발제한구역(GB)에서 연간 발생한 불법 행위가 2천 건을 넘으며 일종의 ‘적폐’로 자리 잡은(본보 11일자 1면) 가운데 이를 바로잡지 못하는 이유로 ‘소극행정’이 꼽혔다. 수천 건의 불법 행위가 적발됐지만 이를 즉시 해결할 행정대집행이 일선 시ㆍ군의 의지 결여 등으로 매년 수십 건만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에 경기도는 ‘계곡ㆍ하천 내 불법 청산’처럼 적극행정을 유도하기 위해 특례조항 도입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17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GB에서 적발된 불법 행위(형질 변경, 음식점ㆍ창고 무단 건축 등) 중 행정대집행(강제력을 동원한 원상 복구)은 2017년 16건, 2018년 11건만 이뤄졌다. 적발 건수가 2017년 2천16건, 2018년 2천316건임을 고려하면 행정대집행 이행률이 0.4~0.7%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부과만으로 GB가 원상 복구되면 행정대집행은 필요 없다. 그러나 같은 기간 GB 복구율이 약 60% 정도이기 때문에 미진한 행정대집행이 저조한 복구율로 이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행정대집행이 적극적이지 않는 데에는 강제력 없는 법을 그대로 해석하는 시ㆍ군의 태도가 지목된다. GB 불법 행위를 다루는 개발제한구역법령에는 행정대집행에 대한 조항이 없고, 국토교통부 훈령(개발제한구역 내 불법행위의 예방과 단속에 규정)에만 나와 있다. 이 때문에 시ㆍ군은 GB 행정대집행을 ‘중대한 불법행위로서 현저하게 공익에 반하거나, 공중의 위해를 끼칠 우려가 예상돼 긴급한 경우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 결국 GB 행정대집행은 ‘아주 특수한 사례’에서만 이뤄지는 셈이다.
반면 불법 계곡 영업 등을 다룬 건축법과 하천법에서는 행정대집행법에 따른 절차에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경우 이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특례조항을 뒀다. 이에 도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 개발제한구역 내 불법 행위를 엄정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개발제한구역법에도 행정대집행 특례 조항을 둬야 한다며 법제화를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도는 행정대집행 특례를 두지 않으면 단속 때마다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거나 형사 고발해도 불법 행위가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행강제금이나 벌금을 내더라도 불법 행위를 통해 그보다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재명 도지사는 최근 내부회의에서 “법을 지키면 손해이고 불법을 하면 이익을 본다는 그릇된 인식이 없어지고 누구에게나 공정한 법 집행 원칙을 세워야 한다”며 “이행강제금이나 고발도 중요한지만 무엇보다 행정대집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여승구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