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없는 의정’ 헛구호… 시의회 ‘프롬프터’ 무용지물

지난 9월 1천807만원 들여 본회장 설치
종이 원고 퇴출 야심찬 도입 결국 헛돈
시의원·공무원들 대부분 외면 찬밥신세
일부 사용 의원 손엔 ‘페이퍼’ 취지 무색

인천시의회가 종이 없는 의정활동을 하겠다며 1천800여만원을 들여 본회의장에 설치한 프롬프터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24일 시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1천807만원을 들여 본희장에 프롬프터를 설치했다. 시의회는 의장석에 2개, 본회의장 맞은편에 2개의 프롬프터 모니터를 달아 지난 5일 ‘제258회 인천시의회 제2차 정례회 제1차 본회의’부터 사용하고 있다.

프롬프터는 정면에 놓인 모니터 등에 원고를 띄워주는 방송 장비다. 시의회는 종이 없는 의정활동을 구현한다는 차원에서 원고를 보고 읽는 의원과 공무원의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없애려 프롬프터를 도입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프롬프터를 사용한 시의원과 공무원 등은 단 2명에 불과하다.

지난 5일과 20일 2차례 열린 본회의에서 신상발언과 5분 자유발언 등을 한 7명의 시의원 중 프롬프터를 이용한 의원은 정창규 의원(더불어민주당·미추홀구2)과 윤재상 의원(자유한국당·강화군) 뿐이다. 또 예산안 제안설명 등을 위해 본회의장에 나선 공무원들은 아무도 프롬프터를 사용하지 않았다.

프롬프터를 쓰지 않는 시의원들과 공무원들은 원고를 미리 올려야 하는 시간적 한계, 정면이 아닌 양 측면에 놓인 모니터와 작은 글자 크기 등 구조적 불편을 이유로 프롬프터를 외면하고 있다. 더욱이 이용범 시의장의 경우에는 프롬프터가 생소하다는 이유로 의장석에 설치한 프롬프터 2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특히 프롬프터 설치의 목적인 종이 없는 의정활동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있다. 지난 5일 5분 자유발언에서 프롬프터를 쓴 정 의원은 시간에 쫓기던 후반부에는 결국 종이원고를 보고 읽었다. 프롬프터에서 원고가 천천히 올라온 탓이다.

또 지난 20일 신상발언에 나선 윤 의원도 이미 손에 종이 원고를 든 상태에서 프롬프터를 사용했다. 결국, 시민 혈세를 들여 프롬프터를 설치한 취지마저 사라진 것이다.

정 의원은 “모니터상 원고를 넘기려면 직접 프롬프터를 조작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정면 카메라와 양 측면 모니터 사이를 번갈아 바라봐야 하는 것도 모자라 프롬프터 장치까지 만지는 게 매우 어려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의회 관계자는 “설치 초반이다 보니, 프롬프터 이용률이 높지 않은 것 같다”며 “이용률을 높일 수 있도록 시의원들의 불편사항을 듣고 계속 수정·개선하겠다”고 했다.

안하경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