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1천251명 조사… 학생 선수보다 인권침해 심각
15.3% 신체폭력 당하고 34%는 언어폭력 피해 경험
전문가 “인권교육·가해자 징계 강화 등 법 제정 필요”
#1. “시합 끝나고 두 팔을 벌려 가슴으로 안기지 않았다고 화를 냈어요. 선생님을 남자로 보냐고, 왜 선생님한테 가슴 대 가슴으로 못 안기냐고 그랬어요.”(30대 선수)
#2. “이야기를 하다가 물건을 집어던지는 거예요.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고요. 평생 받지 못했던 모욕감을 느꼈어요. 쌍욕은 아니지만,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을 했어요.” (20대 선수)
실업팀 운동선수 10명 중 1명은 성폭력을 경험하는 등 인권침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학생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성별 위계관계ㆍ남성 중심 문화 변화를 통한 인권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지난 7월22일부터 8월5일까지 직장운동부를 운영하는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40여 개 공공기관 소속 실업 선수 1천251명과 실업 선수 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한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성인 선수 33.9%는 언어폭력을 경험했고 15.3%는 신체폭력을 겪었다. 또 11.4%(143명)가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인권위가 최근 발표한 ‘초중고 학생 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 결과’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당시 학생 선수의 신체폭력과 성폭력 경험은 각각 14.7%, 3.8%였다.
특히 신체폭력의 경우 응답자의 8.2%가 ‘거의 매일 맞는다’고 응답했고, 신체폭력을 당해도 67.0%가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성폭력 문제도 심각했다. 조사 결과 ‘신체 모양, 몸매 관련 농담’을 듣는 경우가 6.8%였고, ‘불쾌할 정도의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당하거나(5.3%) ‘신체 일부를 강제로 만지게 하는 경우’(4.1%)도 있었다. 성폭행(강간)을 당한 선수도 3명(여성 2명, 남성 1명) 있었다.
인권위는 “운동을 직업으로 하는 성인 선수임에도 일상적인 폭력과 통제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여성 지도자 임용을 늘려 성별 위계관계 및 남성 중심 문화의 변화를 통한 인권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허정훈 중앙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도 “직장 운동선수 인권 교육과 정기적 인권실태조사, 가해자 징계 강화 및 직장 운동부 인권 가이드라인 제정, 합숙소 선택권 보장, 표준근로계약서 마련, 공공기관 내부 규정(지침) 및 지자체 직장운동부 관련 조례 제·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 결과와 토론회 논의 등을 토대로 관련 부처 및 대한체육회 등에 실업팀 직장 운동선수의 인권 보호 방안을 마련하도록 할 예정이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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