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정치인들 선거 앞두고 표심 우려
매립지·화물차 주차장 등 줄줄이 미뤄
인천시의 대형 현안 해결이 2020년 국회의원 선거 이후로 줄줄이 밀려나고 있다. 이 같은 ‘총선 블랙홀’ 현상은 현안이 있는 지역의 정치인들이 총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시 안팎에 압력을 넣기 때문이다.
26일 시에 따르면 당초 오는 12월까지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에 따른 자체매립지 후보지 3곳을 선정할 예정이었지만, 현재는 2020년 4월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이는 많은 시민이 매립지 자체를 혐오시설로 인식하고 있는 탓이다. 후보지 3곳을 선정하면 이를 포함한 지역의 시민은 총선에서 강한 반발을 할 게 뻔하다. 또 박남춘 인천시장이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민주당이 우리 동네에 매립지를 지으려 한다’라는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를 우려한 민주당 인천시당 측은 후보지 선정에 따른 후폭풍을 사전에 차단하려 일정을 미뤄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받아들인 시는 결국 후보지 선정 일정을 총선 뒤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시가 당초 마련한 ‘자체매립지 조성 로드맵’도 최소 6개월여 이상 밀릴 가능성이 있다. 오는 2025년까지 대체매립지를 조성하기도 빠듯한 일정인데, 총선이라는 정치 이벤트 때문에 더 늦어지는 셈이다.
이와 함께 시의 청라소각장 현대화 사업도 계속 늦어지고 있다. 현재 청라소각장은 인근에 사는 시민과 지역 정치인들까지 나서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학재 의원(자유한국당·서구갑)과 김교흥 민주당 서구갑 지역위원장 등 여·야 정치인 모두 총선을 의식해 청라소각장 현대화를 반대하고 있다.
지난 4일 서구 청라국제도시 내 청라호수도서관에서 열린 ‘서구지역 현안 주민설명회’에서 이 의원은 “청라 소각장의 내구 연한이 다 끝났으면 새로운 소각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시를 압박했다.
김 위원장은 “청라 광역 소각장의 정확한 종료 시기를 알려 달라”고 시에 요구했다. 이 같은 압박에 현재 시는 청라소각장 이전·폐쇄까지 함께 검토하겠다며 사실상 한 발 물러났다.
송도 9공구 화물차 주차장 건립 사업도 기존 시민 반발에 정치인들까지 가세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민경욱 의원(한·연수구을)과 이정미 의원(정의당·비례)을 비롯해 정일영 민주당 연수구을 지역위원장 등 총선 출마 예정자 모두 시민과 잇따라 간담회 등을 갖고 송도에 화물차 주차장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결국 시는 인천 내 모든 부지를 대상으로 화물차주차장 입지 선정을 위한 용역을 하기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 용역은 총선이 끝난 뒤인 오는 2020년 8월에야 결과가 나온다.
시가 추진 중인 지하도상가 관리·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도 총선 이후로 밀려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시는 조례 개정의 마지노선을 12월로 정해둔 상태다. 조례가 바뀌지 않은 채 2020년으로 넘어가면 일부 지하도상가는 위탁이 끝나 상인들이 모두 나가야 한다. 이런데도 시의원들은 시의 조례 개정에 비협조적이다. 최근 행정사무감사에선 오히려 상인들의 편을 들어 집행부를 나무라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하도상가의 상인 등의 표를 의식한 일부 국회의원과 총선 출마 예정자들이 자신들의 지역구 시의원에게 시간을 끌도록 압력을 넣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까지 나온다.
시의 한 관계자는 “출마 예정자들은 시의 현안이 총선에서 자신의 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등에 매우 관심이 높다”며 “시 안팎으로 정치인들의 압력이 커 많은 현안이 총선 뒤로 밀려나고 있다”고 했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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