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9살 김민식군이 속도 제한을 어긴 차에 치여 숨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민식이법’이 발의됐다. 스쿨존 내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사망사고 발생시 3년 이상 징역 등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다.
스쿨존은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차량 통행과 속도 등이 제한되는 구역이다. 전국에 1만6천700여곳이 있다. 그런데 어린이보호구역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지난 5년간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어린이가 34명에 이른다. 말만 어린이보호구역이지 신호등도, 과속단속 카메라도 설치돼 있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첫 질문자로 나선 민식이 어머니는 자식 이름을 딴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눈물로 호소했다. 이후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앞으로 행안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통과가 남아있다.
국회에는 민식이법을 포함해 ‘해인이법’ ‘하준이법’ ‘태호·유찬이법’ ‘한음이법’ 등 20대 국회에 제출된 어린이 생명안전 관련 법안이 여러개 있다. 사고 발생 직후 사회적 관심 속에 법안을 발의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국회가 방치한 탓에 3년 가까이 계류된 것들도 있다.
2016년 4월 용인에서 차 사고를 당한 뒤 응급조치가 늦는 바람에 숨진 해인이 이름을 딴 ‘해인이법’은 어린이가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된 경우 응급조치를 의무화한 내용이 담겼다. 2017년 10월 놀이공원 주차장에서 세워둔 차량이 굴러오는 사고로 숨진 하준이 이름을 딴 ‘하준이법’은 주차장 안전 관리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태호·유찬이법’은 어린이가 탑승하는 모든 통학차량을 어린이통학버스 신고대상에 포함시키자는 것이, ‘한음이법’은 특수학교 차량의 안전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어른들의 부주의로 4살에서 9살 아이들이 숨졌다. 이들의 이름을 딴 법안은 또 다른 피해를 막자는 부모들의 절규가 섞인 법안들이다. 의원들은 발의만 해놓고 무관심했다. 쟁점이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오래 방치했다. 이들 법안은 20대 국회가 끝나면 자동 폐기된다. 여야는 ‘민식이법’을 비롯한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 법안을 올해 내에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더 이상 미적거릴 이유가 없다.
법안 처리뿐 아니라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 대책의 종합 지원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과속카메라·신호등 설치 예산을 늘리고, 안전표지와 과속방지턱, 노랑 신호등, 옐로 카펫 등을 대폭 확충해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어린이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은 어른과 국가의 기본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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