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원 규모의 경기도 기금 중 절반 이상이 ‘수술대’에 오른다. 안정성ㆍ편의성을 목표로 한 기금들이 우후죽순 난립하면서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운용, 재정 건전성을 해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경기도와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도는 최근 경기연구원으로부터 ‘민선 7기 기금 및 특별회계 정비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보고서를 받고, 내부적으로 ‘기금 정비 방안’을 마련했다.
이와 관련, 기금이란 지자체의 재원 중 예산(일반회계, 특별회계)과 별도로 책정된 것이다. 지자체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조례를 통해 설치하며, 세입ㆍ세출보다 자체 자금 등을 통해 운영되는 만큼 안정성ㆍ편의성을 담보한다.
도에는 내년부터 23개(26종)의 기금이 운영된다. 올해 22개(25종)에서 말산업육성기금이 추가됐다. 기금 규모는 올해 4조 6천994억 원에서 내년 5조 931억 원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2014년(17개ㆍ8천625억 원)보다 액수는 6배 커졌다. 이처럼 기금이 급속하게 많아지고 액수가 커지다 보니 다른 지자체(서울 16개ㆍ3조 398억 원, 경북 21개ㆍ1조 2천372억 원)와 격차도 있다.
문제는 기금 난립에 따른 재정 건전성 악화가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합목적성을 위해 기금을 설치했음에도 고유목적 사업비 비율이 저조하다. 적립성ㆍ융자성 기금을 제외하고 사업성 기금(12개)만 비교하면 대부분 1% 안팎에 그친다. 노동복지기금 1%, 에너지기금 0.7% 등이다. 주거복지기금만 저소득층 임대보증금 사업을 통해 유일하게 10%를 넘겼다. 대부분 기금이 본래 설치 취지와 달리 엉뚱한 곳에 돈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일반회계를 통한 사업과 차이점도 크게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복지기금의 근로자 사기진작 사업과 노동정책과의 사업, 농촌지도자육성기금의 영농현장 애로기술 지원과 농업기술원의 사업 등이 서로 차별성을 보이지 못했다. 더구나 1990~2000년대 주로 조성된 기금들이 현시대에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지방분권 시대에서 지방의회와 도민의 직접적 심의를 받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도는 경기연구원과 함께 재원의존율, 고유목적 사업비 비율, 사업 중복 등을 고려해 26종의 기금 중 14종을 정리 대상으로 구분했다. 단기적으로 보면 통합관리기금(기금 관리 목적으로 설치, 필요성 떨어져)과 에너지기금(특별회계로 전환)이 폐지된다. 농업발전기금, 농촌지도자육성기금은 하나로 통합된다. 신청사건립기금은 내년 기한 만료로 일몰한다.
장기적으로는 성평등기금, 청소년육성기금, 체육진흥기금, 사회복지기금(노인ㆍ장애인), 과학기술진흥기금 등 6종이 3년간 성과 분석 후 통ㆍ폐합된다.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 재난관리기금, 재해구호기금은 법령 개정을 통해 정리할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기금의 존속기한을 3년으로 단축하고 어쩔 수 없이 유지해야 할 법정기금도 포괄기금으로 운영하도록 관련 법 개정을 건의했다”며 “내년 상반기 조례 개정 등을 통해 단기 정비 대상을 관리, 기금 설치 목적에 맞는 재정 운용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승구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