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도용하고도 대학 합격… 수시 사각지대 ‘자소서’

6곳 지원 大 중 1곳 합격 드러나
도용 당한 학생 민원 제기에 나머지 5곳 불합격·내부검토
교육부 “100% 검증 불가능해”

경기도 내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동급생의 대외 활동을 도용해 작성한 자기소개서로 대학교 수시모집에 지원했다는 주장이 제기(본보 9일자 1면)된 가운데 해당 학생이 자기소개서를 제출한 대학교 수시모집에 최종 합격한 사실이 확인됐다.

9일 교육부 등에 A 학생은 수도권 소재 대학교 6곳에서 진행한 수시모집에 지원한 결과, B 대학교에 최종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기소개서에 사실이 아닌 내용을 적고도 대학교 수시모집 문턱을 통과한 것이다. 나머지 대학교 5곳은 서류 전형에 불합격하거나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B 대학교 관계자는 “A 학생에게 대외 활동을 도용당한 C군(19)이 민원을 제기해 내부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며 “검토 과정이 완료되면 후속 조치도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최대한 빠르게 검토ㆍ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학교 관계자는 “민원이 접수돼 내부적으로 검토를 완료한 상태”라면서 “조치 결과는 말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상황이 이렇자 교육 당국은 서류 내용을 토대로 면접을 보거나 증빙자료 요구를 통해 자기소개서를 검증하지만, 실질적인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들은 학생부 종합전형을 통해 입학사정관 등이 참여한 가운데 학생부를 중심으로 자개소개서, 추천서, 면접 등을 거쳐 학생을 종합평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기소개서 내용을 모두 검증하기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도내 한 대학 관계자는 “자기소개서 내용을 전부 확인하려면 일일이 증빙자료를 제출하거나 면접 단계에서 꼼꼼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자기소개서가 합격의 당락을 결정하지 않기 때문에 내용을 전부 확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현 시스템상 자기소개서 내용을 100%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기소개서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대학교가 인지했다면 합격자라 할지라도 입학 취소가 가능하다”면서 “그러나 학교가 자기소개서를 완전히 확인할 수 있지 못하는 점도 있어 (교육부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이 같은 문제를 확인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H 고교는 본보 보도 이후 대외 활동을 도용당한 C군과 C군의 학부모에게 사과하고, A 학생이 수시모집에 지원한 대학 측에 공문을 재차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정민훈ㆍ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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