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료만 내면 계속 사용 ‘악용’
이사할 때도 반납 안하고 판매
단속 인원 부족해 신고만 의존
#1. 부천시에 사는 A씨(41)는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을 받기까지 무려 9개월을 기다렸다. 이마저도 집과 약 500m 떨어진 곳이다. A씨는 주민 2~3명이 이사를 가면서 보다 빨리 배정받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랐다. 이사 온 주민들이 전 주민에게 주차 권리를 ‘불법 양도’ 받았기 때문이다. A씨는 “주차 구역이 부족해 정당하게 기다리기만 해서는 시간이 하세월”이라며 “멋대로 양도하는 행위가 만연하게 이뤄지지만 단속은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2. 수원에서 하숙을 하는 대학원생 B씨(29)는 원룸을 들어오며 소액의 돈을 집주인에게 주고 거주자우선주차 구역을 배정받았다.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을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권리금 성격이다. 집주인 C씨는 원룸 두 곳을 타지에 사는 자녀 이름으로 두고, 총 3곳의 거주자우선주차 권리를 받아 세입자에게 불법 매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내 주택가 밀집지역에서 건전한 주차질서 확립 등을 위해 시행되고 있는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을 사고파는 얌체족들이 늘고 있다. 이사를 가면서 주차 권리를 지자체에 반납하지 않고 이용권을 넘기거나, 다세대 주택을 가족 명의로 지정한 뒤 추가로 주차 권리를 받아내 돈을 받고 판매하는 ‘꼼수’다.
한 번 주차이용권을 얻으면 이사 가기 전까지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사실상 발각되지 않는 이상 임의로 양도 받은 사람이 이용료만 내면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는 허점을 드러난 셈이다.
11일 현재 도내 마련된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은 총 1만5천390개 구획으로 평균 한 달 이용요금은 전일(24시간) 기준 3만~6만 원 수준이다. 저렴한 가격에 주차구역을 보장받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그러나 주차구역을 희망하는 주민들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 대기자가 수두룩한 상황이다.
온라인에서는 부동산 매매 시 거주자우선주차구역 양도행위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게시물에는 ‘수원시 내 거주자우선주차구역 이용권을 3개월에 18만 원에 양도한다’고 쓰여있었다. 게시자와 연락이 닿아 양도 방법을 물어보니 “다른 차로 바꾼 것이라고 관련 기관에 말하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명백한 불법 행위지만, 이를 단속ㆍ관리할 인원은 대다수의 지자체마다 턱없이 부족하다. 부천시의 경우 민원 담당 3명과 견인기사 5명 등 총 8명 수준으로 10명도 되지 않는 인원이 시내 전역에 설치된 거주자우선주차구역을 모두 관리하고 있다. 부천도시공사 관계자는 “단속 인력이 부족한 탓에 불법양도 행위 단속은 전적으로 신고에 의존하고 있다”며 “지자체에서도 인력증원 등 지원은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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