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한 경찰 수갑 대신 ‘국밥’
중년 남성 20만원 봉투 건네
시민 기부 손길 훈훈한 세상
인천의 한 대형마트에서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1만원 상당의 식료품을 훔친 30대 아버지에게 온정의 손길이 쏟아지고 있다.
15일 인천 중부경찰서 영종지구대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4시께 A씨(34)와 아들 B군(12)은 인천 중구의 한 마트에서 우유 2팩과 사과 6개, 음료수 등 1만원 정도의 물건을 훔쳤다.
마트 안 폐쇄회로(CC)TV에는 범행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고, 직원의 신고를 받은 경찰도 현장에 출동했다.
택시를 몰던 A씨는 당뇨와 갑상선 질병 등으로 6개월동안 일을 하지 못했다. A씨가 사는 임대아파트엔 홀어머니와 7살 둘째 아들이 그를 기다렸고, 기초생활보장 수급비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사연을 들은 마트 주인은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선처했다.
경찰은 이 부자를 식당으로 데려가 국밥을 사줬다. 마트에서 벌어진 소란을 지켜봤던 한 중년 남성은 식당에 있던 A씨 부자를 찾아와 20만원이 든 하얀 봉투 하나를 건네고 갔다.
경찰은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A씨의 일자리를 알선하고, B군에게는 무료 급식카드를 받을 수 있게 했다.
A씨의 부자를 향한 온정의 손길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14일 해당 마트를 찾은 한 여성과 아이는 사과 1박스를 산 후 A씨에게 전해달라며 그대로 두고 갔다.
한 남성은 아들 2명과 함께 와 식료품을 잔뜩 계산해두고는 A씨를 비롯해 어려운 분들께 나눠달라며 빈손으로 돌아갔다.
해당 마트에는 전화로 A씨 부자를 돕고 싶다는 문의가 계속해 오고 있고,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A씨 부자를 도운 후 인증하는 글도 이어지고 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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