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에서 또 열수송관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5일 오전 분당구 정자동의 한 고등학교 앞에서 열수송관이 파열, 뜨거운 물에 인근 30m 구간의 지하보도가 침수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지난달 28일에도 분당구 야탑동의 열수송관이 파열돼 인근 아파트 351가구의 온수 공급이 일시 중단됐다. 지난해 2~3월에는 분당구 이매동에서 열수송관이 터져 아파트 2천492가구의 난방 공급이 끊겼고, AK플라자 분당점 인근에 매설된 열수송관이 터지는 사고도 있었다.
열수송관 파열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시민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땅속 시한폭탄’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성남시는 지난해 12월부터 관내 열수송관 시설 49곳을 대상으로 구조진단과 보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고양시 백석역 인근 도로에서 열수송관 파열로 100도가 넘는 뜨거운 물이 솟구쳐 1명이 숨지고 39명이 다친 사고를 계기로 시설 점검과 배관 보수공사 등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의 조치에도 열수송관 파열 사고가 끊이지 않자 20~30년 된 열수송관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실에 따르면 지역난방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열 수송관 2천261㎞ 중 20년 이상된 노후 열수송관은 725㎞에 이른다. 이 중 66%가 경기도에 집중돼 있다. 성남 분당은 전체 배관 251㎞ 중 189㎞가 20년 이상된 노후 배관이다. 고양시는 전체 344㎞ 중 178㎞가 노후됐고 수원(전체 173㎞ 중 67km), 용인(전체 247㎞ 중 47km)도 노후 배관이 적지 않다.
고양 열수송관 파열 사고 이후 정부와 지역난방공사의 대책이 미흡하다. 지난 1년여간 비슷한 사고가 잇따르고, 위험 징후가 곳곳에서 발견되는데도 너무 안일하다. 성남시의회 서은경 의원은 “산자부와 지역난방공사는 백석역 사고 이후 올해 1월까지 노후 열수송관 교체 계획을 수립·발표하겠다고 해놓고 하지 않았다. 전면 교체공사를 하겠다던 성남지역 49곳도 임시방편의 보수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7월 감사원 발표 내용을 보면 열수송관 누설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지역난방공사의 감시시스템 가운데 26%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했다.
노후 열수송관 지역의 주민들은 지뢰 매설 지역을 걸어 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부와 지역난방공사는 20년 지난 노후 열수송관 전체에 대한 교체 계획을 밝히고 하루 빨리 시행해야 한다. 지자체도 정부에 배관 전면 교체 등의 요구와 함께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위험 징후를 알면서도 관리 부실로 비슷한 사고가 또 일어나게 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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