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시장에서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광고전이 뜨겁다. 대결의 승자는 소비자들의 선택으로 판가름 되겠지만 LCD와 OLED, 번인현상 등 디스플레이 용어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는 점에서는 성공한 광고들이라 생각된다.
TV나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다양한 정보를 화면으로 구현해주는 영상표시장치를 ‘디스플레이’라고 한다. TV 방송의 확산을 이끌었던 브라운관(CRT)의 시대가 저물고 2000년대 들어 LCD 등 평판디스플레이(FDP)가 주류로 자리잡은 후 현재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은 LCD와 OLED로 양분되어 있다. 지금은 기술적으로 성숙기에 있는 LCD의 비중이 월등히 높지만, 향후 성장 전망은 OLED가 밝다.
디스플레이 패널의 대부분이 한국, 중국, 대만, 일본 등 동북아 4개국에서 생산되는데, 우리나라는 세계시장 점유율 42.7%(2018년 기준)로 2004년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왔다. 특히 중소형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91.5%, 대형 OLED는 LG디스플레이가 88.4%로 압도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다.
올 한해는 우리 디스플레이 업계에 혹독한 시간이었다.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의 대규모 설비투자와 패널 생산으로 LCD 공급과잉이 심화되면서 패널 가격이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 때문에 LCD가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LG디스플레이는 3분기까지 영업이익 적자를 지속했고 시장에서는 올해 적자규모가 1.5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선제적으로 중소형 OLED로의 전환을 꾀한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중국 기업들이 중소형 OLED 투자에도 뛰어들면서 2022년 이후에는 LCD와 같은 공급과잉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우리 기업들은 LCD에서 OLED로의 사업 재편을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와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상황이 좀 달라질까. 우선 국내 기업들 뿐만 아니라 BOE, CSOT 등 중국 기업들도 감산을 결정하면서 LCD 가격 하락세가 다소 진정될 전망이다. 중소형 OLED의 경우 삼성전자, 화웨이, 모토로라 등이 폴더블(Foldable)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5G 서비스도 확산되면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OLED도 생산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적용된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TV 가격 하락과 그에 따른 수요 진작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TV, PC 등 기존 완제품 시장이 정체 또는 침체 국면에 있는 가운데 가격 경쟁은 심화되고 있어 낙관하기는 어렵다.
우리 기업들은 원가절감 공정 등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융복합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것이 치열한 주도권 경쟁 속에서도 마이크로 LED, Rollable OLED, 투명 OLED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속하는 이유다. 우리 기업들이 혜안을 가지고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나가기를 기대해본다.
임정희 한국은행 경기본부 경제조사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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