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우만주공4단지 ‘출입로 볼라드’ 20년째 방치, 구급·소방차 진입 불가… 응급상황 무방비

정문 우회 땐 이동시간 5분 추가
‘골든타임 놓칠 수 있어’ 우려 속
소방당국도 통행 방안 강구 공문
관리소 “주차난에 일부 주민 반대”

24일 수원시 팔달구 우만주공4단지 아파트 차량 진출입로에 볼라드가 설치돼 있어 소방차 등 긴급차량 통행에 지장을 주고 있다. 전형민기자
24일 수원시 팔달구 우만주공4단지 아파트 차량 진출입로에 볼라드가 설치돼 있어 소방차 등 긴급차량 통행에 지장을 주고 있다. 전형민기자

“아파트 단지 출입로에 설치된 볼라드(Bollard) 때문에 응급상황 발생 시 구급ㆍ소방차 진입은 불가능합니다.”

수원의 한 아파트 출입로에 석재ㆍ고무 재질의 볼라드가 약 20년간 방치돼 있어 긴급차량의 이동을 방해, 심각한 ‘안전 불감증’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찾은 수원시 팔달구의 우만주공4단지 아파트 후문 출입로. 약 10m 폭의 2차선 도로인 해당 출입로는 수원시립창룡도서관 방향 월드컵로와 연결돼 있다. 출입로에는 석재 볼라드 6개와 고무 볼라드 1개 등 총 7개의 차량 출입을 막는 볼라드가 설치돼 있다.

아파트 주민과 상인 등에 따르면 이들 볼라드는 1990년대 후반에 설치돼 약 20년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출입로에 볼라드가 만들어진 이유는 아파트에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만주공4단지 아파트는 8개 동, 1천152세대로 구성돼 있지만, 실제 차량을 세워놓을 수 있는 주차면은 500개가량에 불과하다. 이에 볼라드로 막힌 약 150m의 출입로 공간이 차량을 암묵적으로 주차해놓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멀쩡한 출입로에 차량이 지나다닐 수 없도록 볼라드가 박혀 있고, 출입로가 불법 주정차 장소로 쓰이면서 해당 출입로 인근 아파트에서 화재 등 응급상황 발생 시 구급ㆍ소방차 통행에 큰 장애물로 적용되면서 ‘골든타임(7분 내 현장 도착)’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후문 출입로가 막혀 있어 우만주공4단지 아파트로 진입하려면 300m가량 떨어진 정문으로 우회해 들어가야 해 시간상으로 약 5분에 달하는 이동시간이 추가된다.

이에 일부 주민과 상가 상인은 지난 10월 수원남부소방서에 관련 민원을 제기, 소방당국은 응급상황 시 소방차량 통행에 지장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원활한 통행이 가능할 방안을 강구하라는 답변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인근 상가의 상인 A씨는 “볼라드가 설치된 출입로 인근 상가와 동의 경우 화재 발생 등 위급한 상황에 놓였을 때 구급ㆍ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하다”며 “볼라드를 제거하고 차단기를 설치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관리사무소 측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 바로 옆에 초등학교가 있어 볼라드를 제거할 경우 차량이 오가게 돼 학부모들의 민원이 제기될 수 있다”며 “또 심각한 주차난을 이유로 볼라드 제거를 반대하는 주민들도 많아 당장 정리하긴 어려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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