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반 쌀 모아 땅 매입하고 기부채납했는데…” 평택 포승 주민 숙원 ‘학교 설립’ 37년째 제자리걸음

이젠 토지마저 못 돌려 받을 판
추진위 “특성화高 설립” 탄원서
道교육청 “요건 안돼 신설 불가”

주민들이 지역에 고등학교를 설립해달라며 부지를 매입해 경기도교육청에 기부채납했으나 37년이 지난 현재까지 제자리걸음에 머물고 있는 것은 물론 이제 토지마저 돌려받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5일 평택시 포승읍 주민과 경기도교육청, 오명근 경기도의원 등에 따르면 포승읍 주민들은 “학교용지를 마련하면 고등학교를 설립해 준다”는 약속을 믿고 1980년 방림리 산72번지 5천180㎡ 등 2필지 7천774㎡(2천352평) 부지를 매입해 당시 경기도교육청이 분리되기 전 경기도에 기부채납했다.

포승읍 지역에 고등학교가 없어서 2개 중학교(포승중ㆍ도곡중)를 졸업하는 자녀들이 타지역 학교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는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어려운 시절에 백미를 갹출하는 방법으로 예산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고등학교 설립에 필요한 행정절차 진행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주민들은 가칭 ‘포승읍 고등학교 설립추진위원회’(학교설립추진위)를 구성, 포승읍민 2천663명의 뜻을 모은 학교설립 탄원서를 경기도의회와 평택시에 제출하는 등 학교설립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특히 추진위는 최근 오명근 도의원 주최로 경기도교육청과 평택교육지원청, 평택시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포승읍 고등학교 설립 간담회’를 잇달아 개최하며 학교설립에 매진하고 있다.

추진위는 포승중학교와 도곡중학교에서 졸업생을 해마다 250명씩 배출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 이들이 고등학교 등하교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평택항이 위치한 지역 특성을 고려해 ‘해양고등학교’ 같은 특성화고 등의 설립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추진위 한 관계자는 “포승면이 읍으로 승격된 지 10년이 넘었고 인구가 크게 증가해 어떤 시기보다 고등학교 설립에 대한 여건이 성숙됐다”면서 “이제는 37년 된 우리 주민들의 숙원을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평택서부지역에 있는 안중고등학교가 미달이 되고 있는데다 인근에 택지개발이 계획되지 않아 학교설립요건이 맞지 않아 설립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학교도 설립하지 못하고 법적으로 기부채납한 부지를 반환받을 수도 없는 주민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평택=최해영ㆍ박명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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