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 송년회’ 예약 뚝… 축산업계 ‘잔인한 연말’

부정청탁금지법·주52시간제 확대·아프리카돼지열병 ‘3중고’
12월 특수 실종 돈육 수요 감소… 삼겹살집 등 한산 기현상

25일 오후 휴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군포시내 한 삼겹살집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송년회 문화 변화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여파로 육류소비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도내 축산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윤원규기자
25일 오후 휴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군포시내 한 삼겹살집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송년회 문화 변화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여파로 육류소비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도내 축산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윤원규기자

부정청탁금지법 시행과 주52시간제 확대 등으로 기업과 각종 단체의 송년회 문화가 변화하면서 ‘연말 특수’가 실종, 축산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 않으면서 축산업계의 우울감은 깊어지고 있다.

25일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2월 16~20일, 제주 제외) 돼지고기 평균 도매가격은 1㎏당 3천149원으로 전주 3천771원보다 12.7% 낮아졌다. 돼지고기 평균 도매가는 이달 첫째 주부터 2주 연속 하락 중이다. 첫째 주 평균 도매가인 4천32원과 비교하면 현재 돼지고기 평균 도매가는 14.9% 낮아졌다.

이 같은 가격은 농업관측본부와 협회가 예상한 이달 돼지고기 평균 도매가 3천600~3천900원에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매년 연말 회식이 몰리는 12월은 돼지고기 수요가 크게 치솟는 ‘대목’으로 꼽혔지만, 올해는 반대로 돼지고기 수요가 갈수록 줄어드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협회는 이달 셋째 주 시황정보를 통해 “소비가 더 악화해 육가공업체의 가공 감축이 이어지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을 뿐 아니라 냉장 덤핑 물량이 시중에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또 “구이류는 심각할 만큼 송년회 수요가 없어 판매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정육류는 급식 납품만 꾸준하고 이외 판매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다가오는 설 명절 수요도 아직 본격화하기 전이어서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송년회 수요 위축과 함께 지난 9월 국내에서 첫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 역시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현재 돼지열병은 농가에서 발생하지는 않지만 야생멧돼지 등에서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다. 이에 여전히 소비자 불안감이 남아있는 상태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줄어드는 김장 수요도 돼지고기 수요 감소에 한몫하고 있다고 보고있다. 해가 갈수록 김장을 하지 않고 시중에 판매되는 김치를 사 먹는 소비자가 늘면서 매년 수육용 돼지고기 수요가 덩달아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수원에서 돼지고기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안 그래도 손님이 큰 폭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올해는 연말 송년회 예약 손님도 없다”며 “현재 상황이 지속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크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에 악재가 겹쳤고 연말 성수기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며 “내년에도 소비가 살아날 만한 큰 이슈가 없어 더욱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태희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