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사설] 2020년 대한민국, 증세로 내달리기 시작하는가

세금 포함 사회복지성 지출… 2018·2019 연속 역대 최고
공시지가 인상·부동산 대책의 핵심도 결국엔 세금 인상
복지천국 스웨덴의 ‘절반 세금’, 우리도 쫓아가나 불안감
증세 당당히 밝히고 가야… 국민의 납세 임계점 확인필요

새해 벽두부터 먹구름이 끼었다. 세금 실체를 가린 먹구름이다. 오른 듯한데 보이지는 않는다. 세금이 어디서 얼마큼 올랐는지 가늠이 안 된다. 내역을 상세히 알려주는 곳도 없다. ‘부자 증세’라던 원칙도 애매하다. ‘부자 아닌 국민’에까지 세금 폭탄이 온 듯하다. 이제 세금에 반응하던 감각도 무뎌졌다. 들려오는 얘기마다 ‘대폭 인상’이다. 이렇게 시작한 정부가 아니었다. 복지 천국 될 거라고 했었다. 우리는 지금 세금 천국으로 가는가.

돌아보면 이미 경험하기 시작한 세금 천국이다. 세금이나 보험료 등 사회복지성 지출이 있다. 비소비 지출이라고 한다. 가계 비소비 지출이 2019년에 6.2% 증가했다. 처음으로 1천만 원을 넘겼다. 이 가운데 세금만 전년대비 3.3% 올랐다. 354만 원이다. 앞선 2018년에도 전년 대비 11.7% 올랐었다. 여기서 또다시 3.3% 오른 것이다. 해마다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2020년도 걱정이다. 또 한 번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듯하다.

12ㆍ16 부동산대책도 핵심은 세금 인상이다. 종합부동산세를 4.0% 올렸다. 2018년 9ㆍ13 대책 때도 3.2% 올렸다. 1년 만의 인상이다. 세부적으로 봐도 온통 세금 인상이다. 9억 원 초과 주택 보유세가 올랐다. 2주택 이상 보유자 세금도 올랐다. 공시지가 인상-현실화-은 세금 인상의 종합판이다. 상속세, 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등이 전부 오른다. ‘부동산 부자’에만 해당하는 특별 증세가 아니다. ‘집 한 채 국민’도 긴장하고 따져보게 한다.

복지 증진을 주창하는 문재인 정부다. 엄청난 예산이 들어간다. 그 돈을 충당할 창구는 세금이다. 세금 인상은 피할 수 없다. 새삼 지적하려는 게 아니다. 그 세금 정책이 진솔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금을 올려야 함을 고백해야 한다. 그 증세 한계를 공개해야 한다. 납세자에겐 권리가 있다. 세금 부담의 한계를 결정할 권리다. 이게 납세 행정에서 전제하고 가야 할 사회적 합의다. 이게 불분명하다. 국민이 불안하다.

요즘 부쩍 무서워진 단어가 있다. ‘스웨덴 모델’이란 말이다. 최고의 복지 국가다. 국민연금, 실업보험, 출산수당, 아동수당…. 여기에 경제 기반까지 안정적이다. 바람직한 복지국가의 예로 들만하다. 그런 스웨덴 모델이 국민에게 공포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높은 세금 구조다. 스웨덴의 세금은 GDP의 40%를 넘는다. 한국은 20% 후반이다. 국민들이 묻기 시작했다. ‘우리가 지금 스웨덴 세금제도를 쫓아가는 것 아닌가.’

안될 말이다. 출발부터 우리와 달랐던 스웨덴이다. 돈을 가득 쌓아놓은 1930년대 시작한 복지다. 다이너마이트로 세계 돈을 긁어모았다. 자동차, 통신, 조선, 철강이 세계 최고였다. 2차 대전에서는 전쟁 피해도 입지 않았다. 오히려 전 유럽에서 벌어진 전후 복구 사업의 혜택을 챙겼다. 넉넉한 국부를 바탕에 깔고 복지를 시작했다. 일자리 남아돌고, 무역 수지 넉넉하고, 기업 생산성 세계 최고였다. 우리와 비교 안 되는 배경이다.

그 스웨덴 복지마저 위기가 있었다. 첫 번째 위기는 1973년이었다. 석유 파동으로 세계 시장이 얼어붙었다. 조선과 철강산업이 무너졌다. 조선소에는 임자 잃은 배가, 제철소에서는 팔지 못한 철강이 넘쳤다. 두 번째 위기는 1990년대 초다. 1차 위기에 대책이 빚은 부작용이었다. 높은 세금 부담에 기업들이 무너졌다. 평균 성장률이 -6%였다. 실업률은 1.5%에서 8.2%까지 치솟았다. 이 또한 스웨덴 복지의 역사다. 이것도 걱정이다.

혹자는 말한다. “세금 폭탄에 대한 우려는 악의적 왜곡이다.” “종합부동산세는 인구 97.5%와 무관한 세금이다.” “2.5%를 중산층으로 분류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과연 맞는 지적인가. 주택 보급률의 단위는 인구가 아니라 세대다. 기본 값을 총인구에 두면 안 된다. 게다가 수도권 자가율은 49.9%에 불과하다. 종부세 대상자가 ‘2.5% 인구’가 아니라 ‘25% 세대’일 수도 있다. 수도권에 사는 평범한 국민엔 분명한 세금 폭탄이다.

이런 말도 한다. “집 한 채 종부세 부담이 과장됐다.” “등골이 휠 정도는 결코 아니다.” 이 역시 왜곡된 논리일 수 있다. 종부세 인상은 부동산 대책이었다. 2018년 9ㆍ13 대책, 2019년 12ㆍ16 대책에 다 들어갔다. 그게 등골이 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맞다. 종부세 인상 무서워 집 파는 사람 없다. 그걸 정책 입안자들이 모르겠나. 다 알 거다. 그러니 속내는 세금 인상이라는 거다. 부동산 대책에 끼워 넣은 세금 인상 대책이라는 거다.

뭐가 왜곡인가. 대한민국은 지금 세금 주도 성장 중이다. 뭐가 과장인가. 세금폭탄의 대상은 부자를 넘어 중산층까지 왔다.

재원의 한계가 복지의 한계다. 복지 천국에 재원은 세금 폭탄이다.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 증세하겠다고 고백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에게 평가받아야 한다. 국민이 감내할 납세 임계점을 허락받아야 한다. 그게 2020년 대한민국 정부의 과제다. 증세에 대한 진솔한 고해성사부터 하고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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