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장 잘한 정책 ‘G-스포츠클럽 확대’ vs 제일 미흡했던 사업 ‘매입형유치원’
“교육개혁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아, 수능 폐지해야…문재인정부 내 폐지선언 나와야”
고교학점제 필연적인 과제ㆍ구글과 교원 대상 AI 교육 추진ㆍ교원성과급 단호하게 폐지돼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2020년 경자년 키워드는 ‘희망’이다. 강제와 경쟁으로 갈등을 만든 과거의 ‘거짓 희망’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원년으로 삼아야겠다고 했다. 그가 신년사를 통해서도 강조한 ‘새로운 희망’은 혁신교육 10년의 과정을 성찰하면서 ‘존엄, 정의, 평화’를 실천 가치로 정립하고 이 가치가 미래로 나아가는 원동력이자, 기본정신이다. 나아가 학교자치를 통한 교육자치 달성이 ‘존엄, 정의, 평화’를 혁신교육 모든 영역에서 실천하고 심화시키는 길이므로 교육가족 모두가 함께 새로운 교육의 역사를 만들어 가자고 강조했다. 최근 이재정 교육감을 만나 2020년도 경기교육의 비전과 ‘새로운 희망’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근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평소 청소년 참정권 확대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이며 세계적 추세라고 강조해왔는데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환영한다. OECD 모든 국가가 18세 이상 선거권을 주는데 우리만 못하고 있었다. 그동안 우리 학생들은 여러 차례, 여러 단위에서 18세 이상 선거권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더 나아가 16세 이상에게 선거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었다. 마침내 18세 이상에게 선거권을 허용함으로써 더 큰 민주주의 발전의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선거에 관련된 교육, 선거권의 의미, 성숙한 민주시민을 함양할 수 있는 정치 교육을 실시할 것이다.
-지난해 가장 잘한 사업과 미흡했던 사업이 무엇인가.
우리가 잘했던 정책이라고 하면 학생들이 스포츠에 관심을 더 많이 두도록 추진한 G-스포츠클럽(경기도형 방과 후 스포츠활동 프로그램)을 강화한 것을 꼽고 싶다. 대한체육회와 협력해 생활 스포츠뿐만 아니라 엘리트 체육도 발전하도록 했다. 대단히 중요한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과 업무협약을 하고 스포츠클럽 50개 팀을 만들었다. 서울ㆍ인천교육청도 우리와 함께 G-스포츠클럽을 확대해 나가는 것을 협의 중이다.
미흡했던 점은 교육부의 공립유치원 확대 방안인 매입형유치원(사립유치원을 매입해 공립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현장의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매입형유치원으로 선정된 곳 중 한 곳이 취소됐다. 사립유치원을 매입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과정이다. 한 곳이라도 잘못된 것은 우리가 좀 미흡했던 부분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유치원 문제에 대해선 전반적인 자료를 갖고 근본적으로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
-지난해 잇따른 학교운동부 해체 및 G-스포츠클럽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 이에 도교육청이 ‘G-스포츠클럽 시즌2’ 정책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는데 구체적인 세부 운영 계획과 향후 학생선수에 대한 대책은.
‘G-스포츠클럽’은 위기에 봉착한 학교 운동부의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다.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도내 학교 운동부가 하나 둘씩 해체되기 시작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간 해단한 도내 학교 운동부는 114개나 된다. 더욱이 운영의 폐쇄성과 각종 비리로 기존 엘리트 선수 육성방식을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G-스포츠클럽’은 이 같은 기존 학교 운동부의 문제를 보완·대체 하고 있다. 지역체육회와 연계하기 때문에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고, 전문선수반 운영으로 우수선수 육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G-스포츠클럽 시즌2’의 핵심은 ‘운동부 초·중·고교 연계강화’다. 예컨대 초등학교에서 농구종목을 배운 학생이 중학교 단위에서도 농구 종목을 배울 수 있도록 연계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초등학교에서 농구 운동부를 했더라도 중학교 단위에 운동부가 없으면 해당 종목을 포기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했다. 이런 단절을 막기 위해 초·중·고 종목 연계를 강화하고자 한다. 또 학생들이 다양한 종목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자체·종목단체와 협력을 강화하려 한다. 앞으로도 지역·기관과 협력을 확대해 ‘G-스포츠클럽’을 통한 학교체육과 엘리트체육, 생활체육을 연계한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올해 역점을 둔 경기교육 정책은 무엇인가.
제가 미래 교육에서 중요하게 주장하는 게 학년과 학급 구분이 없는 학교, 학생 중심으로 선택의 폭이 넓게 이뤄지는 교육과정, 학교에 충분한 자율성이 주어지는 환경 등이다. 이와 함께 교원 임용부터 승진까지 새로운 시대를 맞는 교원 역량과 자격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해 전반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교직원들의 AI(인공지능) 교육 강화를 위해 구글 본사와 전문가 양성 과정을 협의 중이다. 100명씩 3차례, 교사 총 300명을 교육한다는 원칙을 합의한 상태다. 훈련된 교사들을 학교에 한명씩 배정해 정보화 교육의 중심이 되도록 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혁신교육 등 경기교육이 추진하는 핵심 정책들이 정부의 정시확대 등의 교육정책 방향과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는데.
대입제도 개편 문제에서 정시와 수시 비율을 몇 퍼센트로 할 것인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오히려 고교수업을 어떻게 정상화하느냐, 이게 더 중요하다. 그 결과를 갖고 대입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학생들의 미래 삶과 진로라는 관점에서 고교 교육이 개편돼야 한다.
정부 방침이자 경기도도 시범사업 중인 고교학점제가 우리가 가야 할 본질적 방향이다. 미래 시대엔 성적이 우수하다고 해서 개척해나갈 수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적성과 역량을 발휘하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고교학점제는 필연적이고 필수적인 과제이며 과정이다. 꼭 성공시켜야 한다. 경기도는 2022년까지 계속 확대해 보다 넓은 범위에서 고교학점제를 운영할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육부와 잘못 가고 있지 않다. 결이 다르지 않다. 속도과 준비 과정이 다를뿐이다.
-수능 폐지를 주장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수능 폐지에 대해서 정부 입장을 잘 모르겠지만 저는 수능 폐지론자다. 다만 수능을 없애더라도 별안간 확 없앨 수는 없다. 상당한 예고 기간이 필요하다. 자사고와 특목고도 5년 뒤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한 것처럼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2030년에는 수능을 없앴으면 한다. 제 생각으로는 문재인정부 내에서 ‘수능 폐지’ 선언을 해야 준비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 정부에서 못하면 다음 정부 들어서 기다리면 2~3년 허송세월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간다. 미래 교육을 위한 교육개혁의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 5년 내 구체적인 안이 설정되고 실행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교육현안이 워낙 많다. 올해 꼭 이루고자 하는 계획이 있다면.
계획이라기보다 꿈이 있다면 기존 학교를 단순히 리모델링하는 게 아니라 부수고 새로 짓고 싶다. 기존의 획일적인 교실이 아닌 다양한 모양의 공간, 혹은 캠퍼스 없는 학교라든가. 몇 개라도 미래학교 형태로 만들어보고 싶다. 그런데 제 임기 안에 되겠습니까. 둘째로는 이건 정말 꿈인데 담임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지도교사 제도도 도입해보고 싶다. 같은 교사가 학생들을 졸업할 때까지 동행하면서 지도하는 것이다. 학생의 동반자로서 지도교사 제도가 도입된다면 담임보다도 효율적으로 학교 폭력 문제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셋째로 교육공무원에게 주는 성과금도 폐지했으면 좋겠다. 교사를 S, A, B로 등급을 매기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성과평가 기준도 모호하다. 교육적으로 좋은 효과를 내지 못한다. 단호하게 폐지됐으면 좋겠다.
2020년이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원년이 될 것이다. 우리 교육 가족 모두가 함께 뜻을 모으고 힘을 다해 새로운 교육의 역사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경기도 교육 가족 여러분께서 2020년, 힘차게 새해를 시작하면서 모든 가정과 학교에 행복과 기쁨이 가득하시기를 바란다.
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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