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ㆍ고독ㆍ생활고…“복지관 직원, 유일한 보호자이자 벗”

2일 부천시 춘의주공아파트에서 배정자 할머니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외롭게 홀로 생활하는 배정자 할머니가 춘의종합사회복지관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즐거워 하고 있다.전형민기자
2일 부천시 춘의주공아파트에서 배정자 할머니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외롭게 홀로 생활하는 배정자 할머니가 춘의종합사회복지관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즐거워 하고 있다.전형민기자

“기뻐. 정말 기뻐. 누군가 오지 않으면 외롭거든…”

2일 오전 11시30분께 부천시 춘의주공아파트에서 만난 배정자 할머니(94)는 손은정 춘의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등이 집 안으로 들어오자 굽어진 등을 일으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10평 남짓한 방이 할머니 혼자 있을 때는 공허한 공간이었지만 가벼운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근사한 사랑방이 됐다.

10년 전 남편과 사별해 ‘독거노인’이 된 배 할머니는 1992년부터 이곳에 거주했다. 배 할머니에게 사회복지사는 든든한 보호자이자 ‘벗’이다. 고령이면서 과거 교통사고로 허리ㆍ팔까지 불편한 배 할머니를 위해 사회복지사들은 식사,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안정까지 주기적으로 방문 점검한다.

자식이 없었던 배 할머니는 손 복지사를 ‘딸’이라는 호칭 대신 ‘선생님’으로 부른다. 배 할머니는 “선생님이 있으면 내가 죽고 다음에 입주하는 할머니들도 좋은 환경에서 살 것 같아”라며 손 복지사의 손을 꼭 잡았다. 짧은 만남이 끝나고 배 할머니는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하며 아쉬움을 표했고, 손 복지사는 “더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해요”라며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춘의주공아파트는 배 할머니 같은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영구임대단지다. 기초수급자, 한부모가족, 북한이탈주민, 독거노인 등이 입주 자격이다. 1992년 건립된 춘의주공아파트는 976세대(4개 동)가 거주하며, 초기 입주자 98%가 빈곤층(정부 생계비에 의존)이었다. 문제는 최초 입주 이후 30년가량 세월이 흐르면서 노인 인구 비율이 급증, 사회복지 수요도 덩달아 커졌다는 점이다. 80세 이상 비율이 1993년 2%였으나 지난해 21%까지 커졌다. 61세 이상은 76%다.

이처럼 영구임대단지 주민에 대한 사회복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관련 사회복지관 여건은 제자리걸음 혹은 나빠지고 있다. 춘의주공아파트 내 춘의종합사회복지관도 실무직 8명이 아파트 내 수백 세대뿐만 아니라 인근 춘의동, 원미1동, 역곡1~2동, 도당동 소외 계층을 관리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재정 지원도 열악, 수요 인건비 대비 40%만이 예산으로 책정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어려움은 도내 28개 영구임대단지 연계 사회복지관이 모두 겪고 있다.

경기도나 정부 차원의 뚜렷한 지원 정책도 올해부터 본격 추진되는 ‘이웃사(嗣)의(醫)’가 사실상 유일하다. 이는 경기복지재단(대표 진석범) ‘경기복지현안 우선지원사업’의 일환이며, 영구임대단지 주민의 보건의료 돌봄 체계 마련이 목표다. 춘의복지관을 비롯한 17개 복지관이 참여해 ▲취약계층 기초건강 DB 구축 ▲취약계층 발굴 및 의료사례 관리체계 조성 ▲이웃 관계망 확대 및 마을 활동가 발굴 등을 진행한다.

손 복지사는 “가장 중요한 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관심과 지원”이라며 “경기복지재단의 사업을 통해 영구임대단지 사회복지관들의 지속가능한 연대활동을 기대하고 있다. 임대단지 주민ㆍ복지관의 어려움에 많은 분이 공감, 지원ㆍ정책이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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