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_대형마트 환경보호 ‘내로남불’] 자율 포장대 ‘테이프 퇴출’… 매장 상품엔 ‘테이프 도배’

장바구니 챙겨온 솔선 고객들 1+1 제품 테이핑 보고 배반감
마트측 “납품사 정책” 책임회피 ‘과도한 포장’ 대책 마련 시급

13일 수원 영통구의 한 대형마트. 진열된 맥주에 사은품 라면이 세 겹의 테이프로 칭칭 감겨있다. 김해령기자
13일 수원 영통구의 한 대형마트. 진열된 맥주에 사은품 라면이 세 겹의 테이프로 칭칭 감겨있다. 김해령기자

“본인들은 테이프 막 쓰면서 손님들만 쓰지 말라는 게 무슨 ‘환경 보호 정책’입니까”

13일 오전 11시께 찾은 의왕의 한 대형마트. 이날 매장 안에 진열된 우유와 건어물 등 여러 상품에는 테이프로 칭칭 감아 1+1로 팔거나 ‘사은품’이라는 스티커와 함께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인 제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마트에서 테이프와 노끈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소식에 장바구니까지 챙겨왔다는 조경일씨(33)는 “1+1 제품의 경우 그냥 두 개를 가져가도록 하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 “마트에서 앞장서 테이프를 남용하면서 소비자들에게만 제공 안 하는 것은 ‘반쪽짜리 정책’”이라며 혀를 찼다.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 테이프와 끈이 사라진 지 약 2주가 지난 가운데 대형마트 내 진열된 상품들에서 테이프를 남용하는 모습이 나타나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마트 내에서는 테이프를 남용하면서도 소비자들에게만 테이프 제공을 금지해 불편을 주는 ‘모순투성이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같은 날 찾은 수원의 또 다른 대형마트에서도 이 같은 ‘테이프 옷’을 두른 상품들은 수두룩했다. 맥주에는 라면 네 봉지가 행여나 떨어질까 세 겹의 테이프로 한 몸이 돼 있었다. 두루마리 휴지 18개 묶음에 붙어 있는 낱개 휴지 2개도 테이프로 둘둘 감겨 있어 손으로는 쉽게 뗄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이러한 대형마트의 테이프 낭비 현상을 본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불만을 표출했다. 장을 보러 마트를 찾았다는 손혜지씨(40)는 “포장대 테이프를 없애놓고 이렇게 테이프를 낭비하는 것은 본래 취지인 ‘환경 보호’와 반대되는 것 아니냐”고 불평했다.

대형마트 측은 ‘납품업체의 정책’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업체 물건이 들어올 때부터 할인 및 사은품 정책을 정해놓고 들어오는 탓에 마트 입장에서 제재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이번 기회에 대형마트에서도 테이프 및 포장 용기를 줄일 수 있도록 납품업체 등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대형마트의 이 같은 과대포장 행위에 대해 소비자들은 굉장히 모순적이라고 느낄 것”이라며 “정부는 소비자들에게만 책임을 묻지 않고, 대형마트의 과도한 포장 문제에 대해서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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