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왕리 인접 이장들에 술·식사 대접
주민대표 동의서 받아 농지전용 허가
뒤늦게 철탑 등 건립소식 ‘주민 격앙’
‘설명회’ 싸늘… 절차적 하자 등 주장
수협 “향후 사업 추진안 내부 검토”
수협중앙회가 대형 철탑 4개를 포함한 송신소를 강화군에 이전키로 하면서 주민 반발이 거세다.
천연기념물인 저어새 서식환경 등이 있는 강화의 생태환경 파괴 우려가 높은데다 이전 부지 결정까지 주민과의 소통이 없었기 때문이다.
15일 강화 남단지역 주민에 따르면 수협중앙회 인천어선안전조업국은 대형철탑 4개와 운영·관리동 등을 갖춘 송신소를 2020년 7월까지 강화군 화도면 흥왕1리 농업진흥구역 내 논 부지에 준공키로 했다.
이를 위해 흥왕리 980, 980-1 일원의 논 6천608㎡를 사들여 2019년 말까지 부지 성토작업 및 지반 다지기 공사를 마쳤다.
주민들은 이때서야 수협의 송신소 이전 계획을 알았다.
수협이 이전하려는 송신소는 현재 미추홀구 학익동 문학산 인근에 있는 것으로, 송도역세권개발계획으로 인해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수협은 2018년 1월부터 인천·경기 지역 25곳을 이전 후보지로 검토하다 강화군을 최종 후보지로 정하고 지난 2019년 3월께 인천시에 농지전용신청을 했다.
그러나 시는 이를 반려하며 “주민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 상황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오라”고 했다.
그러자 수협 측은 인접한 마을 이장 4명 등 총 7명에게 동의서를 받으면서 강화의 한 오리전문점에서 술과 식사를 대접했다.
이후 이렇게 받은 주민대표 동의서를 더해 2019년 4월 18일 다시 농지전용신청을 내 허가받았다.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알게된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자 수협 측은 15일 흥왕1리 마을회관에서 주민 120여명이 모인 가운데 ‘설명회’를 했지만, 주민 반응은 싸늘하다.
주민들은 “동의절차도 거치지 않고, 이 사안에 대한 대표권을 부여한 적 없는 이장들에게 접대해 동의서를 받았다는 것은 중대한 절차적 하자”라며 “국민관광지인 참성단이 위치한 마니산의 자연환경과 강화의 경관 훼손은 물론 멸종위기 천연기념물 저어새의 서식환경 파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신소 흥왕리 이전 저지 주민대책위’를 구성해 서명운동, 관계기관 탄원서 제출, 청와대 국민청원 등 합법적 수단을 동원해 이전계획 저지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수협 측은 “시가 대표성 있는 주민의 동의서를 받아오라고 해 이장들과 동의서를 쓰는 과정에서 마침 저녁식사때라 식사를 한 것”이라며 “반주를 하고, 홍보용품을 전달한 사실은 있다”고 했다.
경관 훼손 및 저어새 서식 환경 파괴에 대해서는 “인허가 과정에서 도시계획 심의나 개발행위허가 등을 받았는데, 주민동의는 꼭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장이 있다면 허가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오늘 처음 주민 의견을 들었기 때문에 내부에서 검토를 하고 어떻게 할지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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