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체육의 ‘웅도’인 경기도가 지난 15일 69년 ‘관선 체육회장 시대’를 종식하고 16일부터 새로운 민선 체육회장 시대를 열었다.
경기도와 31개 시ㆍ군체육회는 그동안 도지사, 시장ㆍ군수가 당연직으로 체육회장을 맡아 직장운동부 창단과 생활체육 시설 확충 노력 등을 기울여 풀뿌리 체육을 발전시켜왔지만, 이제 홀로 서기의 첫 발을 내딛게 됐다.
경기도는 법정 기한(1월 15일)을 지키지 못한 안성ㆍ안산ㆍ시흥ㆍ화성ㆍ광명시를 제외한 도체육회장과 26개 시ㆍ 군 체육회장을 선출했다.
이번 초대 민선회장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정치와 체육의 분리라는 본 취지를 살리는 변화보다 그동안 체육회 임원을 맡았던 인물에 많은 표를 던져 체제의 안정성과 연속성 유지를 택했다.
27개 체육회(도 포함)에 총 46명이 출마해 평균 1.70대1의 경쟁률을 보인 이번 체육회장 선거에서 남양주시와 평택시를 포함한 14개 지역은 단수후보 출마로 무투표 당선자를 배출했고, 고양시와 경기도ㆍ여주시 등 13곳은 복수 후보가 나서 경선이 이뤄졌다.
선거 결과 도내 민간 체육회장 대다수가 민선체육회장 시절 체육회 임원으로 활동한 인사들이 당선됐다.
14개 단일후보 출마 지역 중 13곳은 체육회 수석부회장 또는 상임부회장이 회장으로 당선됐고, 복수 후보 경선이 펼쳐진 13곳 중 12개 지역도 체육회 임원 출신이 승리, 92.6%가 옷만 갈아입은 형국이 됐다.
이는 체육회의 안정적 재정 확보 필요성과 대의원 확대기구 방식의 간선제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방체육회 대부분이 예산의 95%이상을 지방비 지원에 의존하는데다 공공체육시설의 소유권 역시 지자체 관할로 지정돼 있어 자체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상 현 자치단체장과의 우호적 관계를 맺은 인사들이 득표에 유리할 수 밖에 없었다.
또 체육회 총회를 구성하는 기존 대의원에 지역·종목 등 산하 조직의 대의원을 추가한 인원이 선거인단이 돼 투표하는 방식인 ‘대의원 확대기구 투표’는 오랜기간 체육회에서 활동한 체육계 임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당선자 27명 중 60대가 16명(59.3%)으로 가장 많았고, 50대와 70대가 각 5명으로 15.5% 씩을 기록했으며 80대 1명이다. 결과적으로 5060세대가 21명으로 77.8%를 차지한 반면 40대는 단 한명의 당선자도 없었다.
한편, 27개 지역에서 치러진 선거에 46명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이번 선거에는 여성이 단 한명도 입후보하지 않아 체육계가 여전히 남성 중심으로 흐르는 보수적인 단면을 그대로 노출했다.
최근 여성들이 사회 각계 각층에 진출해 활약하며 여성인권 신장을 이뤄내고 있지만, 체육계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다.
대한체육회와 시ㆍ도체육회는 회원단체 등에 여성 임원의 비율을 30% 이상으로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재 여성 비율은 10%대 초반에 머물고 있는 탓에 여성 체육인이 체육회 수장으로 진출하기엔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는 여론이다.
이 같은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민선 체육시장 시대에 여성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변화를 이룰 수 있는 근본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이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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