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외상센터를 공공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현장, 이송, 치료 등의 단계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역외상센터를 공공으로 당장 이관하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센터 관리와 이송 체계 등 전체적인 체계를 재설계 해야 한다는 것이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권역외상센터는 개원을 앞둔 4개소를 포함해 총 13개 센터가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중 공공이 운영하는 곳은 센터 개소를 앞둔 국립중앙의료원 한 곳뿐이다. 지난 16일 이국종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이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밀리에 면담한 것으로 확인돼 일각에선 경기도의료원 등 공공병원으로 센터를 이전하는 방안 등도 제기된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급의 의료 시스템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현 상황에선 불가능하다.
도의료원 관계자는 “국내에 심뇌혈관 센터를 갖춘 곳은 많지만, 아주대학교병원처럼 실질적인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고 시스템을 갖춘 곳은 없다”며 “상급종합병원급의 시스템과 인력, 전문역량 등이 대규모로 갖춰져야 해 현재 구조의 의료원이 맡는 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도 공공의료팀 관계자 역시 “권역외상센터는 전문역량이 필요한 곳인데다 인력, 협업체계 등 시스템 등을 구축해야 해 도의료원이 맡은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올해 지정 예정인 지역책임의료기관을 공공에서 맡아 권역외상센터로 투자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민간에서 할 수 없는 필수의료를 공공으로 전환하는 것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지역책임의료기관을 전국 15개소를 지정해 권역-지역-기초 공공의료를 연계하도록 할 계획이다. 도의료원 관계자는 “지역책임의료기관을 도의료원 등에서 맡아 지역거점 의료기관으로 크게 확충되면서 시스템과 자본을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면 그림을 그려볼 순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차원에서 모든 단계를 체계적으로 새롭게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증과 중증 환자의 정확한 분류ㆍ이송과 권역 내 응급 환자 이송 단계를 설계해 병상 쏠림 현상을 막을 필요도 있다. 이 교수와 아주대병원 고위층 사이의 갈등 원인 중 하나는 병상 배정 문제다. 이는 다른 권역외상센터에서도 겪는 일로 알려졌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병원 인지도가 높다 보니 모든 외상환자들이 몰려 병상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전체 1천187개 병상 중 외상센터가 100개 병실, 집중치료실 등 특실병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40여 개과가 755개 병상을 20여 개씩 나눠쓴다”고 말했다.
서은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자원연구부 주임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HIRA 해외정책 동향’에서 그동안 외상센터 설립 등 인프라 확보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외상센터의 관리, 평가체계, 예방 가능 외상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본격적인 단계를 밟아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서 주임연구원은 “외상시스템의 최종 목표는 외상환자를 적정 의료기관에서 적시에 치료해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라며 “권역외상센터, 병원 전단계, 지방자치단체 등의 유기적인 협력 아래 정부가 현장, 이송, 치료, 재활, 예방 등 모든 단계가 체계적으로 뒷받침될 수 있는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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