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사태’ 대책회의… “충원없이 못 타” 재운항 차질
道 “지역 외상관리 체계 보강하고 조직 개편 추진도”
경기남부청, 욕설 파문 의료원장 고발… 내사 착수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내달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에서 사퇴(본보 21일자 7면)할 것을 밝히면서 우려됐던 닥터헬기 운항 차질이 현실화 됐다.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측이 닥터헬기 탑승 거부 의사를 밝혀 ‘의료진’ 없는 ‘닥터헬기’가 된 셈이다. 닥터헬기는 보건복지부 지침상 의료진 없이 운항할 수 없어 당분간 재개가 불가능해졌다.
21일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에서 경기도와 아주대병원 관계자, 외상센터 의료진 등이 참석한 가운데 최근 이국종 교수와 아주대의료원장과의 갈등이 드러난 사태에 대한 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경원 외상센터 과장 등 의료진은 닥터헬기에 의료진이 탑승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의료진 측은 지난 20일 경기도에 ‘응급의료 전용헬기(닥터헬기)를 아주대 외상 외과 의료진이 탑승해 띄우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의료진 측은 “경기도가 닥터헬기 운행 재개에 따른 사전 협의가 없었고, 탑승 인원이 11명이지만 권역외상센터 당직 근무 등을 고려할 때 무리다. 그동안 의료진 충원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탑승은 곤란하다. 더는 열악한 상황에서 의료진이 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에서 의료진들은 인력 문제와 병실 부족 문제 등 이 교수가 밝힌 외상센터 운영의 어려움도 함께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주대병원 의료진이 탑승 거부 의사를 거듭 밝히면서 이르면 이날 운항 예정이던 닥터헬기 운항에 빨간불이 켜졌다.
경기도 닥터헬기는 2018년 11월27일 전국 최초의 ‘24시간 닥터헬기’로 응급구조의 새 지평을 열었다. 경기도가 국도비 총 51억 원을 투입해 아주대병원을 운영 사업자로 지정, 지난해 8월31일부터 운항했다. 10월12일까지 39일간 19건 출동해 중증외상환자 17명의 생명을 살려 ‘생명의 헬기’란 명칭도 얻었다. 지난해 11월1일 독도 헬기 추락 사건 이후 동종 헬기에 대한 기체 점검을 이유로 운항이 중단됐다가 지난 15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운항 재개 승인을 받은 상태다.
경기도는 의료진의 닥터헬기 탑승 거부에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협의를 이뤄내겠다는 입장이다. 지역 외상관리체계를 보강하고자 조직 개편도 추진한다. 응급의료전용 헬기(닥터헬기)와 지역외상관리체계 업무 담당 부서를 현행 보건건강국 보건의료정책과 내 응급구조팀에서 보건정책개발팀으로 변경했다. 오는 3월 조직개편 때에는 보건정책개발팀을 ‘지역외상팀’ 또는 ‘중증외상팀’(미확정)으로 변경하고, 관련 업무 수행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편,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날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에 대해 내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 원장은 이 교수에게 욕설한 녹음파일이 보도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에게 모욕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 경찰청이 고발장 등 관련 자료를 경기청에 이첩하면 곧바로 내사가 진행된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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