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29일 통합 경기도체육회가 출범했다. 전문 체육을 관장하는 경기도체육회와 생활체육 업무를 담당한 경기도생활체육회가 하나돼 통합 체육회로 거듭났다. 당시 경기도체육회는 큰 마찰 없이 통합을 이뤄냈다. 시ㆍ군 체육회 역시 통합은 순조로웠다. 당연직 체육회장을 도지사와 시장ㆍ군수가 맡았고, 생활체육회 수장은 이들의 측근인데다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예산을 지원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종목단체 통합은 일부 종목의 경우 큰 진통을 겪었다. ▶같은 종목이면서도 20여 년을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와서다. 양 단체 임원들의 자리 다툼으로 인해 일부 종목의 경우에는 1년여에 걸쳐 지루한 줄다리기를 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전 종목이 통합을 이뤘지만 그 후유증은 오래갔다. 최근에서야 갈등과 상처가 봉합되는 모양새다. 통합 단체 임원의 임기가 한 사이클 돌아가는 시점에서야 진정한 하나됨이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된 체육계가 또다시 분열과 갈등의 블랙홀로 빠져들고 있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직이 금지돼서다. 정치로부터 체육을 분리시켜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함이라는 그럴듯한 명분 하에 민선 체육회장 선거가 전국 17개 시ㆍ도와 228개 시ㆍ군ㆍ구에서 지난 15일까지 진행됐다. 경기도체육회와 26개 시ㆍ군 체육회도 선거를 마쳤다. 단일후보로 무투표 당선자도 상당수 나왔다. 여러 곳에서 경선도 치러졌다. ▶외형적으로는 큰 잡음없이 선거를 마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경선을 치른 대다수 시ㆍ군은 체육계의 분열 양상이 뚜렷하다. 체육회장 당선자가 4일만에 무효 처리되고 재선거를 치르게 된 경기도체육회는 더욱 심각하다. 선관위와 당선자간 법정 다툼이 진행된다. 선거기간 후보자들에 줄섰던 체육인들의 반목, 갈등은 우려할 수준이다.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통합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다른 상처가 체육계를 고통으로 몰고가고 있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편가르기가 심화되고 정제되지 않은 흑색선전이 난무한다. 벌써부터 상대 후보를 지지한 사람에 대해 ‘사화(士禍)’가 예고되기도 한다.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모두가 체육인이 아닌 정치인의 판단에 의해 초래된 체육단체 강제 통합과 민간 체육회장 선거가 낳은 결과다. 정치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이제 체육은 체육인 스스로 지켜야 한다. 더이상 싸움은 공멸을 가져올 뿐이다.
황선학 체육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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