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전문적 조사 업무를 수행하는 역학조사관이 경기도에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경기도는 최근 발생한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대비하기 위해 민간 역학조사관 6명을 긴급 충원한 데 이어 평상시 인력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경기도는 29일 우한 폐렴 확산 방지를 위해 민간 역학조사관 6명을 긴급 충원하고, 이재명 도지사 주재로 임명식을 진행했다. ‘질병 수사관’, ‘감염병 소방수’로도 불리는 역학조사관들은 우한 폐렴 사례 정의에 의한 의심환자 분류, 의심환자 역학조사서 작성, 확진자 심층역학조사 실시, 감염병 역학조사와 기술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이날 도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일시적으로 역학조사관을 뽑아 방역현장에 투입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민간 역학조사관 투입은 정식 역학조사관 인력이 인구 규모나 감염병 발생 건수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경기도청 소속의 정식 역학조사관은 6명으로 전국 시ㆍ도 중 가장 많다. 그런데 도내 감염병 발생 건수는 2016년 2만5천811건, 2017년 3만9천31건, 2018년 4만4천43건, 2019년 4만1천773건으로 3년 사이 1만5천962건(62%)이나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역학조사관 1명당 전국에서 가장 많은 6천962건을 맡은 셈이다. 이는 전국 평균치 2천701건보다 2.6배나 많다. 그나마 이들 역학조사관 6명 중 의사ㆍ간호사 4명은 임기제 공무원이며 2명은 공중보건의로 오는 4월 전역한다.
앞서 2015년 5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전국적으로 역학조사관이 부족해 효율적으로 감염병 대처를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에 임명된 경기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을 비롯한 민간 역학조사관은 모두 교육과정을 수료한 전문인력들이다. 다만 민간 역학조사관은 이날부터 우한 폐렴 상황 종료 때까지 임무를 한시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도는 이런 응급 처방이 역학조사 인력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가 참여하는 수도권감염병 공동협의회를 통해 제도 개선을 메르스 사태 이후 건의하고 있다. 또 수원시처럼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는 기초지자체 차원에서 신속하고 전문적으로 대처하도록 시ㆍ군에도 역학조사관 채용 권한을 달라고 요청해왔다.
도 관계자는 “지금 상황은 말할 것도 없고 평소에도 예방접종 후 중증 이상 반응, 집단시설 감염병 유행, 통계 분석, 정부가 이관한 법정 전염병 역학조사 등으로 역학조사관의 업무 부하가 많다”며 “시ㆍ도, 시ㆍ군 규모별 채용 규모와 채용 권한 조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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