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교 “공문 못 받았다·시스템 오류” 황당한 변명
10여분 만에 취합 시도… 조사지역·응답 방식도 제각각
학부모 “복지부동 행정” 분통… 도교육청 “철저히 마무리”
경기도교육청이 ‘우한 폐렴’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중국 후베이성 방문자 전수조사(본보 29일자 8면)에 나선 가운데 수박 겉핥기식 조사에 그쳤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지난 27일 도내 전체 2천392개 학교에 공문을 보내 1월1일 이후 학생·교직원 및 동거 가족의 중국 후베이성 방문 여부를 전수조사해 28일 오후 6시까지 25개 교육지원청에서 각각 취합, 29일 정오까지 파악키로 했다.
그러나 일부 학교 관계자들은 “도교육청 공문을 못 받았다”, “시스템 오류로 늦어지고 있다”, “방학 중이라 잘 모르겠다” 등의 얼토당토하지 않은 이유를 들면서 중국 후베이성 방문 및 여행력 전수조사의 구멍이 숭숭 뚫렸음이 드러났다.
실제 도내 A중학교는 28일 오후 4시47분에서야 부랴부랴 모바일 가정통신문 앱 e알리미를 통해 <긴급!! 2020.1.1 이후 우한, 후베이성, 중국 전체 방문하신 분은 연락바랍니다>라고 띄우면서 4시40분까지 학교로 회신 달라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학부모들의 공분을 샀다.
또 B초등학교의 경우 이날 오후 5시36분 e알리미에 뒤늦게 공지를 띄워놓고 나선 5시50분까지 연락바란다고 남겼다. 수백 명에 달하는 학생들의 방문 이력을 단 14분 만에 취합한 것 자체가 형식적인 ‘교육청 보고용 조사’로 겉돌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심지어 일부 학교는 본지가 취재에 들어가자 29일 오후에서야 ‘지각’ 전수조사에 나서는가 하면 이날까지도 학교 측으로부터 그 어떠한 연락 자체를 못 받았다는 학부모들도 있어 원성이 커지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ㆍ4학년 두 딸을 키우고 있는 한 학부모는 “직장에서 29일 오후 늦게 알리미를 받았는데 5시50분까지 연락달라는 건 조사를 제대로 하겠다는 것인지 그야말로 ‘복지부동’ 교육행정의 전형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오후 2시쯤 내일(30일) 오전 10시까지 학교로 연락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며 “전수조사 설문 및 응답 방식도 학교마다 다르고, 방문 지역 조사 범위도 제각각인 ‘엉터리 전수조사’라 과연 정확한 방문 인원 파악이 가능할까 의문”이라고 학교의 대처에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사안이 워낙 긴급하고 현재 방학 중인 학교가 많아 공문을 파악하고 실제 전수조사를 하는데 시간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며 “학교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해 즉각 각 교육지원청 담당자들을 통해 전수조사 참여를 독려하고 있으며 교육부 보고 전(30일)까지 모든 학교에 대해 전수조사를 철저히 마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29일 오후 6시 기준, 경기도교육청 25개 교육지원청 가운데 9개 교육지원청은 중국 후베이성 방문 또는 여행력을 확인하는 전수조사가 늦어져 도교육청에 결과를 보고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현숙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