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워 100명 1천450원·좋아요 50개당 275원
사업자 정보 허술… 피해 발생 때 보상 어려움
직장인 K씨(28)는 얼마 전 인스타그램을 통해 원피스를 구매했다가 낭패를 당했다. 구독자가 10만여 명에 달하는 ‘인스타 마켓’에 올라온 상품이어서 믿고 구매했지만, 상품과 환불 처리 과정이 모두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배송된 원피스의 사이즈는 K씨가 주문할 때 확인했던 실측과 전혀 달랐다. 이후 K씨는 사이즈 표기가 잘못됐나 싶어 환불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는 “업체 쪽에서 ‘맞춤 제작상품’이라는 이유로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주문 당시 색상과 사이즈만 선택하도록 해놓고, 맞춤이라며 환불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분개했다.
이후 K씨는 해당 마켓을 팔로우하는 계정들이 ‘유령계정’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대다수 계정들이 얼핏 사용 중인 정상 계정처럼 보였지만, 첫 게시글과 마지막 게시글이 모두 같은 날 올라왔으며 활동이 최소 1년 전 멈춰 있었다. K씨는 이러한 피해 사실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했지만, ‘개인간 거래’라 처벌과 보상이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을 활용한 개인 간 거래(C2C)가 활성화되면서 의도적으로 팔로워ㆍ좋아요를 늘리는 식의 ‘SNS 편법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일부 SNS마켓은 사업자 정보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 제대로 된 ‘피해 보상’을 받기 어려워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NS 편법 마케팅을 하는 마켓들은 일정 금액을 받고 좋아요와 팔로워 수를 늘려주는 대행업체를 이용하고 있다. 대행업체들은 주로 외국인 이름의 유령 계정을 만들어 좋아요와 팔로워 수를 늘리는 방법을 쓰고 있다. 한 대행업체는 1천450원만 내면 24시간 안에 팔로워 수 100명을 늘려준다. 1천450만 원만 내면 하루 만에 팔로워 10만 명을 거느린 ‘인플루언서’로 탈바꿈해주는 셈이다. 좋아요 수는 50개당 275원으로 최대 8만 개까지 살 수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팔로워는 하루, 좋아요는 1분 안에 처리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편법 마케팅이 불완전 판매행위가 넘쳐나는 SNS마켓을 더욱 어지럽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SNS 마켓 소비자불만접수는 2016년 1천135건에서 2017년 1천319건, 2018년 1천479건으로 매년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또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이 조사한 ‘SNS마켓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SNS마켓 800곳 중 통신판매업 신고번호ㆍ사업자명ㆍ주소ㆍ연락처 등 4개 항목 중 한 가지라도 빠져 있는 곳은 326곳으로 나타났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허위 팔로우ㆍ좋아요 수나 구매 후기 등으로 현혹시키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개인간 거래가 대부분인 SNS마켓 거래는 현행법상상 소비자가 피해 보상도 받기 어려워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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