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4%, 자고 나면 높아지는 치사율 / 당국, 수치 언급에 신중 또 신중하라

질병관리본부가 신종 코로나 치사율을 4~5%로 언급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메르스의 치사율이 약 30%, 사스를 약 10%로 보고 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에서 나온 정보로 아직까지 4~5%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의 언급은 엄밀히 중국 내 정보를 전하는 수준이다. 국내 상황에 대한 자체 분석 통계가 아니다. 여기에 ‘유행이 더 진전돼야 정확한 치사율을 확정할 수 있다’는 단서도 붙였다.

하지만, 이런 발표를 접하는 국민의 심경은 다르다. 질병관리본부의 치사율 언급 자체를 상황의 절대적 현주소로 본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발병 초기에는 2% 정도의 치사율이 얘기됐다. 정부 또는 지자체의 발표도 모두 이런 정도의 치사율을 기본으로 했다. ‘메르스나 사스보다 전파력이 크지만 치사율은 낮다’는 계도성 설명이 그래서 나왔다. 그러던 치사율이 계속 올랐다. 그리고 2일 발표에서 급기야 4~5%로 언급됐다.

물론 이번에만 이런 건 아니다. 과거에도 전염병의 치사율은 매번 논란을 빚었다.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인 경우에는 더욱 그랬다. 2015년 창궐했던 메르스의 치사율 추정도 10%에서 40%까지 오갔다. 처음에는 발원지 중동 통계를 근거로 40%라고 했다. 이후 한국에서 환자가 발생하자 10% 정도라고 낮게 발표했다. 그러다가 그해 6월 사망자가 20명을 넘어서자 다시 14%로 높였다. 2002년 사스도 상황은 비슷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잘못만 있다고 단정하는 건 아니다. 치사율 언급에 있어 나름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모습이 있다. ‘중국에서 2%’, ‘중국에서 4%’라는 표현이 그런 배려 중 하나라고 본다. 그러나 이런 발표를 접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다르다. 어찌 됐든 당국에서 공식으로 언급하는 치사율이다. 그 수치가 이번처럼 2%에서 5%까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어떻겠나. 국민 불안도 점점 높아지지 않겠나. 지금 국민이 그렇다.

신종 코로나가 경제를 죽이고 있다. 여기엔 과도한 공포심 확산이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지나친 공포심 확산을 자제하자’고 당부했다. 경찰은 가짜뉴스로 공포심을 조장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겠다고 나섰다. 이 공포심ㆍ가짜뉴스의 출발이 바로 ‘치사율(致死率)’이다. 그 발표를 책임지고 있는 검역 당국이다. 과한 치사율 언급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불가피한 발표라면 치사율의 배경을 반복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질병관리본부 발표 치사율이 2배 높아질 때, 국민은 4배 불안해지고, 경제는 8배 망가진다. 이 근거가 바로 텅 비어가는 상가ㆍ식당ㆍ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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