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페이스 휴, 윤상윤 작가 <Mean old world> 3월 5일까지

▲ The angels,116x80cm, oil on canvas, 2019 - 복사본
▲ The angels,116x80cm, oil on canvas, 2019 

왼손은 규범에서 벗어나 있다. 오른손이 사회의 규범에서 옳은 것이라면 왼손은 특이한 것, 비규범적인 것으로 통용됐다. 오른손잡이인 작가가 왼손으로 그린 드로잉은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까. 오른손으로 그린 그림과는 다른 작은 떨림과 우연히 연결된 선, 무작위적인 붓질은 어떤 또 다른 예술적인 ‘무언가’를 끄집어낼 수도 있을 테다. 그 무언가를 끄집어내려는 감각의 촉수가 꿈틀거리는 전시, 윤상윤 작가의 <Mean old world>가 아트스페이스 휴에서 오는 3월 5일까지 열린다.

<Mean old world>는 작가가 익숙하지 않은 왼손으로 드린 드로잉 작업에 집중한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구성의 오른손 회화와 대비되는 왼손 드로잉은 길들여지지 않은 작가의 순수한 본능과 감각에 전적으로 의지한다. 전시 제목 <Mean old world>는 미국의 블루스 기타 연주가 티 본 워커(T-Bone Walker)의 대표적인 곡. 작가는 1960~70년대 히피들의 자유분방함에서 ‘잔인하고 고루한 세상’을 살아가는 정신적 해방구를 찾는다.

▲ The Keeper of the Keys, oil on wood panel, 21×30cm, 2019 - 복사본
▲ The Keeper of the Keys, oil on wood panel, 21×30cm, 2019 

윤상윤 작가는 비가시적으로 화면을 본능, 자아, 초자아로 분할해 시대와 장소를 초월한 인물들의 군집을 드러내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그의 이전 작업에는 일관적으로 물이 등장하는데, 인물을 투영하는 일렁이는 물은 자아와 본능 사이를 유동적으로 흐르며 화면의 긴장을 와해한다. 작가에게 가시성과 비가시성, 개인과 집단, 이성과 본능, 언어와 비언어 등 이분법적 구분에 따른 아이러니함은 늘 중요한 화두였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그의 작품들은 인간이 등장한다. 중요한 주제는 시대착오적인 태도다. 1960년대 자유와 평화를 갈망하던 히피족들처럼 탈 사회적인 영역과 공간을 드러내고 현실을 감추는 베일의 표면을 탐구한다. 아트스페이스 휴 관계자는 “광속의 디지털 속도감이 영적 감각을 분쇄하고 해체하는 시대에 신체의 작은 떨림과 돌발적인 흔적에 집중하는 시대착오적 회화는 예술의 어떤 기능성을 가능케 하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New World Coming, 21x30cm, oil on wood panel, 2020 - 복사본
▲ New World Coming, 21x30cm, oil on wood panel, 2020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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