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업계의 정기 급여일은 매달 10일이다. 대체로 그렇다. 2020년의 2월 급여일은 의미가 다르다. 새로 바뀐 제도하에서 지급되는 사실상 첫 월급날이다. 택시 기사ㆍ택시 회사 모두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납금(私納金)이라 불리던 제도가 사라졌다. 명실상부 택시 기사 월급제가 시행됐다. 1월부터 시행됐으니 사실상 첫 월급이다. 기사 급여가 어느 수준일지, 회사는 경영 수지가 어찌 될지 모두의 관심이 모아진다.
현장 기사들의 기대는 거의 없다. 정부 여당이 시행한 월급제의 허와 실을 이미 체현하고 있다. 본보에 취재를 요청 한 어느 택시 기사의 설명이 절절하다. 회사가 책정한 월급은 180만원이라고 했다. 공식 사납금은 폐지됐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남아 있다고 했다. 초과 운행을 한 기사에 대한 보상이라고 했다. 초과 수입을 6 대 4 비율로 회사와 나눈다고 했다. 상여금 또는 성과금의 명목이라고 했다. 대개 회사가 같다고 전했다.
택시 기사 월급제의 기본 취지는 이게 아니었다. 월급제 도입의 가장 큰 목적은 기사들의 안정된 생활이다. 2018년 전현희 의원(카풀ㆍ택시 태스크포스 위원장)도 말했다. “당정이 월급제 도입을 포함해 다양한 택시 지원책과 발전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월급 수준은) 250만원보다는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월급이 어이없다.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170~200만원 수준이다. 이걸 안정된 월급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실망은 또 있다. 앞서 당정은 자랑했다. 장시간 무리한 운전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것도 현실과 동떨어진 소리다. 초과 수입에 대한 변칙적 분배 제도가 생겼다. 업체들은 월급을 근무일로 나눠 사실상의 사납 기준-15만원 등-을 정했다. 그 기준을 기사들에게도 다 알려줬다. ‘더 받고 싶으면 그 이상 입금하라’는 뜻이다. 회사와의 분배 비율-6 대 4 등-이 불리해지면서 기사 측 수입은 되레 줄었다. 더 무리하게 된 것이다.
현장 기사들은 말한다. “월급으로 생활하는 게 불가능하다”, “심심풀이로 나오는 기사들만 남을 것이다”, “개인택시만이 살아남게 됐다”. 월급제는 택시기사들의 숙원이었다. 하지만, 그 실천의 현장에서는 실망과 낙심의 목소리가 높다. 택시 기사를 더는 할 수 없다며 탄식한다. 이직률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정부 여당이 자신 있게 추진한 택시 기사 월급제, 그 현장의 적나라한 평이 불거질 첫 급여일이 코앞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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