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가 퇴비 부숙도 검사 의무화 코앞이지만… 속도조절 없는 축산관련 규제 추진에 축산농가들 “시기상조” 반발

분뇨를 퇴비로 재활용하는 축산농가들을 대상으로 적합도를 측정하는 ‘퇴비 부숙도 의무화’ 제도 시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기도 내 축산농가들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다음 달부터 9천여 농가가 퇴비 부숙도 의무화 대상에 포함되지만, 현장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기 때문이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다음 달 25일부터 분뇨를 퇴비로 재활용하는 도내 모든 축산농가에는 퇴ㆍ액비 부숙도 검사가 의무화된다. 도의 조사에 따르면 이 같은 검사가 적용되는 도내 축산농가는 총 9천200여 곳이다.

‘부숙도’는 퇴비화 정도를 가늠하는 기준이다. 그동안 일선 축산농가에서는 구체적인 기준 없이 가축 분뇨를 퇴비로 재활용해왔다. 이에 퇴비로 전환되지 않은 분뇨들이 재활용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악취 등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퇴비 부숙도 의무화 제도가 시행, 다음 달 25일부터는 가축분뇨배출시설 신고규모(돼지 50㎡∼1천㎡ㆍ소 100㎡∼900㎡ㆍ가금 200㎡∼3천㎡) 이상 농가는 연 1회 등 부숙도 기준을 검사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 시행을 앞두고 현장 축산농가들 사이에서는 아직 준비가 덜 된 농가가 많아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령화되고 영세화된 농가 특성상 본격적인 제도 시행까지 충분한 시간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남양주에서 한우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축산농 A씨(61ㆍ남)는 “퇴비 부숙도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충분한 장비가 필요한데 장비도 갖추지 못했다”라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충분히 마련한 뒤에 제도를 시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연묵 전국한우협회 경기도지회장은 “최근 무허가 축사 적법화에 이어 퇴비 부숙도 의무화까지 축산 관련 규제가 몰아치면서 도내 축산환경이 심하게 위협받고 있다”면서 “축산정책을 살리기 위해서는 각종 축산규제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지속 가능한 낙농산업 발전을 위한 퇴비부숙도 실태조사’ 연구결과를 보면 장비보유율 저조, 제도에 대한 인지도 부족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

낙농정책연구소가 390호의 표본농가를 선정해 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반기와 원형의 밀폐형 콤포스트 등 퇴비 부숙을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장비를 갖춘 농가는 1.6%에 불과했다. 또 부숙도 검사 실시에 대해 ‘모른다’고 답한 농가 비율도 18.8%에 달했다.

이에 경기도 관계자는 “현장 인력이나 예산 부족 등의 문제로 아직 모든 농가에 지원이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도는 퇴비 부숙도 의무화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퇴비 부숙도 지역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축산농가들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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