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만원 향응에 1천700억 사업 날아가나

㈜삼호서 향응 받은 도시公 7명 중 2명이 직무관련자
공모 투명성 훼손, 우선협상대상자 차순위도 무의미
일각 백지화 후 재추진 의견… 공사 “신중하게 검토”

인천도시공사 직원들이 구월지구 아파트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인 ㈜삼호로부터 제공받은 향응(본보 6일자 1면) 행위가 민간사업자 선정 취소 사유인 것으로 드러났다. 향응을 받은 직원들이 공모 평가위원 등 직무관련자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당초 진행한 공모 평가의 투명성이 훼손, 삼호에 이어 우선협상대상자 차순위도 의미가 없어지는 등 백지화가 불가피해 사업 지연 우려가 나온다.

9일 도시공사에 따르면 총 사업비 1천717억665만원으로 오는 2022년까지 구월지구 A3블록(1천109세대)을 비롯한 영구임대 69세대 등을 짓는 ‘구월지구 A3BL 장기공공임대 및 소규모 공공임대주택 민간참여 공공주택건설사업’(이하 공공주택건설사업)을 추진 중이다. 도시공사는 민간사업자 공모를 통해 지난 2019년 12월 11일 삼호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도시공사는 공공주택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인 삼호에 대해 민간사업자 선정을 취소해야 한다. 선정 5일 뒤인 16일에 삼호 관계자로부터 57만원(1인당 5만7천원)의 향응을 제공받은 도시공사 직원 7명 중 2명이 공공주택건설사업의 직접적인 직무관련자이기 때문이다.

당시 A씨(기술3급·처장)는 공공주택건설사업의 민간사업자 사업계획서를 평가한 부서의 팀장이고, C씨(기술 4급·부장)는 공공주택건설사업의 민간사업자 사업계획서 평가위원이다.

공공주택건설사업 공모 지침은 민간사업자가 청렴서약서 내용을 위반하면 사업협약(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삼호가 작성한 청렴서약서에는 ‘사업과 관련해 담당 직원 및 평가위원 등 공모 관련자에게 직·간접적으로 금품, 향응 등의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지 않겠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청렴서약서에는 ‘사업과 관련해 담당 직원 및 평가위원 등 공모 관련자에게 금품, 향응 등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면 협약 체결 이전에는 민간사업자 선정 취소, 협약 체결 이후에는 당해 협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 또는 해지해도 감수하겠으며,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라는 내용도 있다. 앞서 삼호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공주택건설사업 공모에 참가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청렴서약서를 도시공사에 작성·제출했다.

즉 도시공사가 삼호와 본 계약을 했더라도, 다시 계약을 해지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도시공사는 삼호와 계약을 계속 미루고 있다. 당초 삼호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2019년 12월 11일부터 은행 영업일 기준 30일 이내, 최장 40일 이내에 계약을 해야 했다. 하지만 도시공사는 삼호와 계약을 하지 않은 채 60여일 가까이 시간을 보냈다.

더욱이 이번 일로 도시공사의 공모 평가가 투명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공모 지침상 우선협상대상자로부터 문제가 발생하면 차순위가 그 지위를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공공주택건설사업 공모 평가는 평가위원 등 직무관련자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향응을 제공받았기에 투명성을 잃어버렸고, 덩달아 차순위도 의미가 없어진 상태다.

이미 도시공사 안팎에서는 사업 추진이 늦어지더라도 공모를 백지화하고, 처음부터 재추진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본 계약을 하지 않으면 삼호로부터, 삼호와 계약을 하면 차순위 업체로부터 소송이 들어올 수 있는 등 잡음이 불가피한 탓이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이 때문에 내부적으로 법률자문 등을 했고, 현재 이를 토대로 삼호와의 계약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우리가 삼호와 계약하지 않을 재량권은 있지만, 이번 사안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면 자칫 재량권 남용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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