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차 전세기 투입… 국방어학원에 150여명 격리
“어려울땐 우리 국민 도와야” 성숙한 시민의식 눈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사람 뜻대로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내 가족이라 생각하면 어떻게 반대하겠나요?”
정부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3차 전세기를 보내 한국 교민 및 중국인 가족 등을 입국시켜 이천 국방어학원에 격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해당 시설이 있는 지역 주민들이 환영의 뜻을 나타내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이고 있다.
10일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계획 브리핑에서 중국 우한에 3차 전세기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번 3차 전세기를 통한 귀국자 규모는 150여 명으로, 이들은 귀국 후 이천시 장호원읍 이황리 소재 국방어학원에서 14일간 격리 수용돼 생활한다.
이런 가운데 과거 트랙터 등으로 격리시설로 향하는 진입로를 차단하는 등 마찰을 빚었던 충남 아산ㆍ충북 진천 등과 달리 이천시민들이 3차 전세기를 통해 입국할 우한 교민 및 중국인 가족 등에 대한 환영의 뜻을 비추는 ‘통 큰 결정’에 나서 지역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께 이천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읍ㆍ면ㆍ동 시민대표와의 간담회’에 참석한 이천시민들은 정부가 방역만 소홀히 하지 않는다면 우한 교민 등을 따뜻하게 맞이할 것이라 입을 모았다.
간담회에 참석한 주민 A씨는 “중국 우한에서 3차 전세기를 타고 우리 국민이 고향땅으로 귀국한다는데 내 자식, 내 처가 돌아온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방역 차단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확산 걱정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힘내라’는 의미 담긴 현수막이라도 걸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엄태준 이천시장 역시 “정부와 시가 지역 주민들의 불안과 염려에 공감하며 피해가 없도록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할 것”이라며 “어려운 상황에서 우한 교민 등을 맞아준 이천시민에게 감사하며, 신종 코로나 위기를 무사히 넘길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오후 4시께 국방어학원과 직선거리로 불과 1㎞ 떨어진 이천시 장호원읍 이황1리마을회관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이황리 주민들도 오히려 우한 교민이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 달라는 당부를 하는 등 따뜻한 말을 전했다.
설명회를 찾은 이황리 주민 B씨는 “전날 오후에 우한 교민 등이 우리 마을로 격리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땐 ‘왜 하필 내가 사는 곳이지’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들도 원해서 위험지역에 머무른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안 그래도 중국에 남아 힘들었을 텐데 지역이기주의로 또 다른 아픔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천시민뿐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해 갖는 우려를 충분히 헤아리고 있다”며 “경기도 역시 도민들이 충분히 신뢰할 수 있도록 주어진 책무를 빈틈없이 이행해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오후 국내 11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퇴원하면서 국내 27명의 확진자 중 4명이 완치됐다. 또 평택의 4번째 확진자와 접촉한 172명 모두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아 이날 관리대상에서 모두 해제됐다.
김정오ㆍ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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