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사업자 선정 취소 사유에도 본계약 추진 조짐
공사 “향응 금액 적고, 재량권 일탈 등 소송전 우려”
법조계 “원칙은 무효가 맞아”… 우선협상자 결정 주목
인천도시공사가 공모 지침 및 청렴서약서를 위반한 채 직원들에게 향응을 제공(본보 6·10일자 1면)한 ㈜삼호와 구월지구 아파트 건설사업의 본 계약(사업협약) 강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일 도시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2월 16일 직원 7명이 삼호로부터 향응을 받았다는 내용의 공직비리 익명신고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2곳의 법무법인으로부터 법률자문을 받았다.
이 사안이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는 지와 ‘구월지구 A3BL 장기공공임대 및 소규모 공공임대주택 민간참여 공공주택건설사업’(이하 공공주택건설사업)의 우선협상자인 삼호와 계약을 해도 무방한 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도시공사는 법률자문 결과를 통해 삼호로부터 57만원(1인당 5만7천원)의 향응을 받은 직원 7명 모두 청탁금지법 8조 2항을 위반한 것으로 봤다.
특히 도시공사는 삼호가 공모 지침 및 청렴서약서를 어긴 것으로도 판단했다. 향응을 받은 직원 7명 중 A씨(기술3급·처장)와 C씨(기술4급·부장)가 공공주택건설사업 공모 평가에 참여한 직무관련자이기 때문이다. 공모 지침은 민간사업자(우선협상대상자)가 청렴서약서를 어기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또 청렴서약서에는 공모 관련자에게 향응 등을 제공하면 민간사업자 선정을 취소하더라도 감수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이는 도시공사가 삼호와 공공주택건설사업 계약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근거로도 작용한다.
하지만 현재 도시공사는 삼호와 공공주택건설사업 계약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도시공사는 향응 금액이 많지 않고, A씨와 C씨가 조사받기 전까지 향응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을 계약 추진의 이유로 삼고 있다.
아울러 도시공사는 삼호와 계약을 하지 않으면 재량권 일탈·남용 등으로 소송전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도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도시공사의 입장은 이번 사안 자체를 경미한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나오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도시공사가 받은 법률자문에는 삼호와 공공주택건설사업 계약을 추진하는 게 타당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법조계의 일반적인 해석은 도시공사의 입장 및 법률자문과 전혀 다르다. 도시공사가 삼호와 계약을 하지 않으면 직무 수행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공공주택 특별법’상 공익 목적 사업인 공공주택건설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행정법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K씨는 “도시공사가 ‘할 수 있다’라는 재량권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공모 입찰 등은 공정하고 엄정해야 하기 때문에 원칙대로 계약 추진 등을 무효로 해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 L씨는 “이번 사안에서 ‘경미하다’라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도시공사와 삼호의 계약 등은)원칙대로 무효가 맞다”고 했다.
이에 대해 도시공사 관계자는 “삼호와 계약 추진 여부는 법률자문 등을 토대로 실무 부서에서 검토 중이지만, 여러 여건상 그대로 계약을 추진하는 분위기인 것은 맞다”며 “계약 여부의 최종 결정은 협의를 통해 신중하게 판단할 일”이라고 했다.
한편, 도시공사는 11일 삼호와의 본 계약 여부 등을 결정한다. 이날은 도시공사가 삼호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이후 은행 영업일 기준 최장 40일이 지난 시점이다. 도시공사가 삼호와 협의해 계약일을 늦추고 재검토에 들어갈 지, 또는 삼호와 계약을 할 것 등을 결정할 지 관심이 쏠린다.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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