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포비아… 중국계 다문화 학생 ‘왕따 불똥’

“한국서 태어나 中 가본적도 없는데”
일부 동료 학생 “병균” 도넘은 막말
2차 피해 심각… 다문화 학생 냉가슴
학교·시교육청 무대책… 학부모 분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공포로 무고한 중국계 다문화 학생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지만, 일선 학교와 인천시교육청은 뒷짐을 지고 있다.

11일 인천지역 학교에 따르면 교육현장 곳곳에서 신종코로나 전염을 이유로 중국계 다문화 학생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신종코로나는 중국 우한지역을 다녀온 사람과 접촉할 때 확산하는 전염병이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학생 조차 중국인의 혈통을 타고났다는 이유만으로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9살 중국계 아들을 둔 학부모 A씨(38)는 “학교에 다녀오면 항상 그날 일에 대해 재잘대던 아이가 1주일 전부터 주눅이 들고 말수가 없어졌다”며 “급기야 학교에 가기 싫어해 한참을 캐묻고서야 아이들이 ‘신종코로나를 옮긴다’며 놀린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중국계 다문화 학생 B군(14)도 “신종코로나 뉴스가 나오면서부터 주변 학생들이 저를 ‘병균 XX’라고 불러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중국에 가본 적도 없고 항상 깨끗하게 씻고 있어도 더럽다고 도망가는데다 점심시간마다 소리를 지르며 곁을 피하는 아이들이 많아 매일 학교 가기가 겁난다”고 하소연 했다.

이처럼 2차 피해를 입는 다문화 학생이 늘고 있지만, 정작 학교 차원의 조치는 거의 없다.

학부모 A씨는 “중국계 아들의 따돌림 정황을 알자마자 학교에 알렸지만 ‘확인해보겠다’는 답변 외에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며 “학교에서 피해 학생을 방치하는 건 무책임한 처사”라고 분노했다.

학교에서는 사태를 알고있지만, 마땅한 대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남동구의 C초등학교의 한 관계자는 “중국계 다문화 학생 피해사례에 대해 별도의 조사를 하거나 사전 조치를 취한 적은 없다”며 “아이들 사이에서 갈등이 벌어지면 그때 마다 담임교사가 나서 화해를 시키는 정도”라고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앞서 일본산 불매운동이 일었을 때도 일본계 학생들이 따돌림을 당한다는 사례가 있었지만, 이런 사안이 있을 때마다 교육청 차원에서 특정 국가를 거론하며 도와달라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학생들에게 교육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개별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교육청 차원에서도 교육부와 논의하고 내부 협의를 거쳐 예방책을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윤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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