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 안 맞아”… 질 낮은 아파트 방역 ‘하나마나’

업체들 최저가 낙찰 관행에 인력 부족까지 이중苦
놀이터·경로당 등 공용시설 제안서에 포함 안 시켜
1천 가구 ‘최저 60만원’… 표준단가보다 크게 낮아

“감염병 때문에 방역이 중요하다지만, ‘단가’ 맞추려면 놀이터 소독까지는 힘들죠.”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다중 이용시설 방역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엘리베이터, 놀이터 등 여러 공용시설이 마련된 ‘아파트 단지’에 대한 방역이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어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관행처럼 정해져 있는 너무나 저렴한 아파트 소독 단가 탓에 방역업체들은 단가를 맞추고자 아파트 소독 시 놀이터, 경로당 등을 제안서에 포함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방역업체들은 인력 부족 문제까지 ‘이중고’를 겪으면서 ‘부실 방역’의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12일 한국방역협회 방제용역비 표준단가표에 따르면 300가구(1가구당 100㎡ 기준) 이상 아파트의 1회 소독 기본료는 222만 원이다. 그러나 실제 아파트 단지 소독은 이보다 턱없이 부족한 금액으로 이뤄지고 있다. 방역업계 취재 결과, 아파트 소독 시세는 대게 3.3㎡당 약 20~25원으로, 예컨대 한 가구당 100㎡인 1천 가구 단지 아파트 소독 시 최저 60만 원으로 소독하는 셈이다.

이에 방역업체들은 낮은 단가를 맞추기 위해 아파트에 제출하는 방역 제안서에 놀이터와 엘리베이터, 경로당 등 공공시설을 제외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 방지를 위해선 다중 이용시설의 방역이 필수적이지만, 업체들의 단가 맞추기 탓에 무방비 된 실정이다.

공동주택관리법상 300가구 이상 아파트는 바퀴벌레ㆍ빈대 등의 해충구제를 위해 연 3회 이상 소독을 실시하게 돼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다수 주민이 이용하는 공공시설 소독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허술한 방역’의 원인은 대다수 아파트가 방역업체 선정 시 최저가낙찰제를 선택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아파트 관리업체 선정 비리를 차단하고자 최저가낙찰제를 도입했지만 과도한 가격경쟁으로 덤핑 낙찰이 발생, 방역의 질(質)이 저하되는 것이다.

더구나 방역업체들의 인력 부족 문제도 이러한 상황을 악화시킨다. 통상 아파트 소독을 하는 일용직의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7시간에 7만~7만5천 원 가량을 받는다. 실제 6명의 일용직이 하루에 각각 100~150여 가구를 방문, 1천 가구 정도 되는 아파트 단지 소독을 단 이틀 만에 완료하기도 한다.

도내 한 방역업체 관계자는 “표준단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용역비로는 인건비, 소독약 값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며 “단가를 맞추려면 소독 대상에서 아파트 공용시설을 제외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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