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 동호인 청년부 500m 동메달 “성적은 중요치 않아요”
“빙상장에서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씽씽 달릴 때가 가장 행복해요.”
12일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빙상장에서 열린 제17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빙상 남자 동호인 청년부 IDD(지적장애) 500m에서 발달장애 2급의 장애를 딛고 값진 동메달을 수확한 나진규(18ㆍ수원 조원고 3년)는 결과보다는 또래 친구들과 함께 경쟁하며 즐기는 자체가 기쁨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회 500m와 1천m에 출전하는 나진규는 어릴적 특정 동작을 반복하는 ‘상동 행동’과 ‘불안 증세’로 자폐 2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어머니가 발달장애 자녀를 둔 지인의 조언을 통해 초등학교 3학년 때 그의 손을 잡고 아이스링크를 방문하면서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게 됐다.
일반적인 자폐아들과 달리 균형감이 돋보인 나진규는 스케이트를 신고 아이스링크를 질주하며 행복을 느꼈고, 이 것이 계기가 돼 경기도대표로 선발됐다.
수원의 빙상 동호회인 DS클럽에서 김동순 코치의 지도로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훈련하며 차근차근 실력을 쌓은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와 지난해 전국장애인동계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더욱 자신감을 얻었고 일상 생활에서도 여러 긍정적인 반응으로 나타났다.
일상에서의 집중력이 운동하기 이전보다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그의 어머니는 귀띔한다.
나진규는 스케이트를 접하기 전에는 전후 좌우를 둘러보지 않는 등 주의가 산만하고 감정 기복이 심했지만 빙상을 배운 뒤에는 이 같은 경향이 사라졌다. 또한 클럽에서 살뜰히 챙겨주는 동료들과 유대관계를 맺으면서 정서적인 안정도 이루게 됐다.
발달장애 학생의 경우 비장애학생보다 더 힘겨운 사춘기 시기를 보낸다. 이에 심할 경우 약물치료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나진규는 빙상을 통해 얻은 정서적 안정과 활발한 신체움직임을 통해 사춘기를 무난히 이겨냈다.
이번 동계체전을 위해 러닝ㆍ사이클 등 지상훈련과 빙상훈련을 병행했지만, 그에게 있어 성적은 관심 밖이다.
우승을 위해서는 인코스로 파고드는 경쟁심을 발휘해야 하지만 “다른 선수가 다칠 수 있다는 우려에 천천히 아웃코스만 공략한다”는 그는 “동료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나진규에 있어 타 시ㆍ도 선수들과 함께 어울리는 동계체전은 그 자체가 축제다. 그리고 이미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기쁨과 행복을 누리고 있다.이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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