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의 사법 농단은 왜곡이었나. 근본적 의심을 갖게 하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 수사기밀 유출혐의로 기소된 판사들에 대한 잇단 무죄 선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23부(재판장 유영근)는 13일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현직 판사 3명에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의 결과다. 피고인은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ㆍ조의연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ㆍ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등 현직 법관 3명이다.
사법 농단 사건의 한 축이다.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된 법관 비위 감추기 의혹이었다. 검찰의 수사 기록과 영장 청구서 내용을 영장 전담 판사가 빼냈고, 이를 법원행정처에 전달해 수사 및 재판에 관여했다는 혐의다. 조ㆍ성 부장판사는 당시 영장전담 판사였고, 신 부장판사는 형사 수석 부장판사였다. 이들의 행위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도 무죄였다.
현재까지의 사법 농단 판결이 전부 무죄다. 주목할 건 이번 판결이 설명하는 논리다. 사건의 논점은 두 가지였다. 수사 기록 유출의 불법성이 하나고, 유출된 기록의 기밀성이 다른 하나다. 이번 판결은 비교적 간단히 정리하고 있다. 수사 기록 등 보고 행위는 “사법 행정 차원에서 (법관의) 비위 사항을 보고한 것”이라고 했다. 기밀성은 “검찰이 언론에 브리핑하거나 법원에 알려준 이상, 보호 가치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중요한 언급이 있다. 법원 행정처의 책임에 대한 설명이다. “신 부장판사는 법관 비위와 관련한 사항을 행정처에 보고할 의무가 있고, 임 전 차장은 이를 취합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범죄 혐의 전체에 대해 “범죄로 볼 수 없다”는 논리를 구성하고 있다. 이 사건의 공범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있다. 그리고 그 정점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있다. 논리대로면 임 전 차장, 양 전 대법원장도 무죄가 된다.
양승태 사법 농단이 얼마나 우리 사회를 흔들었나. 사법 정의를 말살한 파렴치 범죄로 규정됐다. 전직 대법원장, 전직 대법관, 현직 부장판사들이 줄줄이 기소됐다. 여기에 성창호 판사의 특별한 예까지 있다. 여권 실세 김경수 경남지사를 법정 구속했고, 35일 만에 본인이 피고인이 됐다. 안 그래도 ‘보복 기소’라는 주장이 나왔던 터다. 끝까지 봐야겠지만 사법농단 재판의 앞날이 불안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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