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평 아이디로 적나라하게 노출
프로필 개인 사진도 버젓이 드러나
관계자 “운영원칙에 명시 문제없어”
“최근 아기 용품을 구매한 이 여성은 예전에 성인용품을 샀었네요”
#사례 1. 지난해 1월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그네 등 아기 용품을 구매한 C씨(여). 상품평을 남긴 그의 아이디를 클릭하면 과거 그녀가 구입했었던 성인용 제품 목록이 버젓이 공개되고 있다.
적나라한 이용후기 등 자신의 속내를 남긴 의견까지 함께 고스란히 담긴 그녀의 은밀한 사생활은 지금 현재까지도 쿠팡을 접속하는 모든 이들의 클릭 한 번에 노출된다.
#사례 2. 20대 여성 A씨는 최근에 처음으로 한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해 뷰티용품을 구매한 후 상품평을 남겼다. 해당 사이트에 전시된 생활, 가전, 뷰티 등 분야를 총망라한 다양한 제품들에 눈길이 간 그는 다른 뷰티용품에 대한 사용 후기를 알고 싶어 우연히 상품평을 남긴 B 여성의 아이디를 클릭했다가 기겁을 했다.
지난 1월 B 여성이 구매한 뷰티용품 외에도 지난 2018년 그녀가 구입했었던 성인용품 등 과거부터 최근까지 B 여성의 구매내역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이디 옆 프로필 사진에는 그녀로 추정되는 사진이 버젓이 등록, 2차 피해까지 우려되고 있는 모양새였다.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 ‘쿠팡’이 고객이 구매한 리스트 목록을 불특정 다수에게 그대로 노출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사이트 운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특정 구매자의 소비패턴이나 은밀한 구매 목록 등 고객 취향을 그대로 반영하는 과거 행적까지 고스란히 누구에게나 공개가 가능하도록 운영, 소비자 사생활에 대한 보호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쿠팡에 따르면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 판매자들이 등록한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해당 품목에 대한 상품평을 작성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구매자들은 자신의 아이디로 접속해 상품평란에 구매한 상품 사용 후기에 대한 의견 게재와 별점을 부과할 수 있으며, 이 같은 의견이 합쳐져 해당 상품은 ‘최고’, ‘좋음’, ‘보통’ , ‘별로’, ‘나쁨’ 등 5단계 등급으로 분류된다. 상품평 이용 횟수는 하루 평균 수백여 건에 달하는 등 많은 구매자들이 제품 사용 후기를 예비 구매자들과 함께 공유하는 등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쿠팡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상품평을 남긴 특정 고객의 구매 내역을 클릭 한번으로 누구나 확인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논란이다.
실제 상품평에 글을 남긴 수백여개의 아이디들을 클릭하면 누구에게나 해당 고객이 기존에 구매했던 구매 내역과 상품이용 후기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해당 아이디 옆에는 본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등록되기도 해, 또다른 피해 우려까지 안고 있다.
쿠팡 이용자 L씨는 “어떤 인터넷 쇼핑물을 검색해봐도 과거 구매내역까지 샅샅이 공개하는 곳은 없다”며 “국내 최대 규모 인터넷 쇼핑몰이 자신들의 사이트를 찾는 고객들을 대하는 태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쿠팡을 제외한 다른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아이디를 클릭해도 고객들의 과거 구매 내역은 노출되지 않고 있다.
A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상품평을 남긴 구매 내역에 한정하더라도 그동안의 구매 목록이 누구에게나 오픈될 경우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어 기존 구매 기록은 전혀 확인할 수 없도록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 관계자는 “상품평은 공개가 원칙이며 상품평 및 상품문의 운영원칙에도 정확히 명시돼 있다”며 “과거 구매내역 역시 상품평을 남긴 구매 내역에 한해 공개가 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또한 당사자가 직접 블라인드를 요청한 경우 삭제도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양휘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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