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폭설·한파 ‘맹위’… ‘빙판길’ 늑장대처 사고 부른다

주안역 삼거리 보도 ‘꽁꽁’ 곡예통행
아이들 오가는 동암초 일대 ‘미끌’
곳곳 제설 사각 얼어붙어 위험천만
지자체 결빙예방 시스템 확대 시급

17일 오전 인천시 서구 석남동의 한 주택가 골목이 지난 16일 내린 눈 때문에 빙판길로 변했다. 조윤진기자
17일 오전 인천시 서구 석남동의 한 주택가 골목이 지난 16일 내린 눈 때문에 빙판길로 변했다. 조윤진기자

인천지역에 최대 5㎝에 달하는 눈이 쏟아지면서 지자체의 관리를 받지 못한 빙판길이 곳곳에서 시민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17일 오전 10시,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앞 삼거리.

한쪽 보도폭 절반이 얼음으로 뒤덮여있다.

이 길을 오가는 시민들은 아슬아슬하게 빙판을 피해 보도 한켠으로 붙어서면서 마주오는 행인과 발이 엉킨다.

보도를 건너며 곡예를 펼치는 위험한 상황은 겨울철마다 이 지역에서 반복하는 모습이다.

인근 주안역 역사 그림자 때문에 보도에 그늘이 지면서 비나 눈이 오면 곧장 얼어붙는 탓이다.

인근 식당 주인 A씨는 “가게 문을 열러 나오다가 어김없이 미끄러질 뻔 했다”며 “특히 아침 시간대에 출근하러 지하철역으로 달려가는 사람들 중에 빙판을 밟고 휘청이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고 했다.

다른 지역도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이날 인천 서구·부평구·남동구·미추홀구 일대에서 확인한 빙판길만 14곳에 달한다.

서구 석남2동의 한 이면도로는 인근에 행정복지센터가 있지만, 해가 완전히 뜬 오전11시까지도 빙판이 길을 뒤덮고 있다.

같은 시각 부평구 동암초등학교 일대 골목길도 완전히 얼어붙은 채 방치돼 있다.

부평구 주민 B씨(38)는 “학교 주변은 골목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다 미끄러져 다치기 쉽기 때문에 제빙작업이 특히 중요하다”며 “그런데도 좁은 이면도로 특성상 제설차량이 들어오지 못해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각 지자체들은 빙판 자체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에 초점을 두는 한편, 취약지역과 골목 중심으로 제빙을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 확대를 약속했다.

한 구 관계자는 “현재 결빙 취약지역을 노선으로 추려 제빙작업 중이지만, 대로변 위주로 하다보니 이면도로나 골목길은 노선에 들어가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구 차원에서 직접 관리하지 못하는 구간에 대해서는 동마다 재난 담당자를 정하고 제설함 위치를 공유하는 등 관리망을 촘촘하게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구 관계자도 “3월 중순까지 상시 비상근무를 하면서 빙판구간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평소에도 일기예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기상청 관계자와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했다.

조윤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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