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매탄4동 주민 공동체 ‘소곤소곤행복정원마을’] “주택가 쓰레기 무단투기… 우리 손으로 해결해요”

보관함 10개 자발적 설치 ‘깨끗한 골목 만들기’ 앞장
건물마다 화단 조성·공터엔 텃밭… 활력 불어넣어

18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매탄4동 일원의 주택가에서 주민들이 환경미화를 위해 자체적으로 설치한 쓰레기 보관함을 확인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18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매탄4동 일원의 주택가에서 주민들이 환경미화를 위해 자체적으로 설치한 쓰레기 보관함을 확인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혼자 했으면 못했죠. 주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서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분리수거장을 갖춘 아파트 단지와 달리 주택가에는 마구잡이로 버려진 각종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분리배출은 고사하고, 쓰레기종량제까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주변미관을 해치는 등 ‘실종된 시민의식’은 보행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쓰레기 보관함’을 설치, 쾌적한 골목 만들기에 앞장서는 곳이 있다. 바로 수원 영통구 매탄4동 주민들이다.

18일 오후 1시께 찾은 수원시 영통구 매탄4동의 주택가. 햇빛이 내리쬐는 골목에 들어서자 집집마다 세워진 ‘작은 장농’이 눈길을 끌었다. 약 70여 가구가 거주 중인 주택가 일부(150여m)에 총 10개 세워진 작은 장농의 역할은 바로 ‘쓰레기 보관함’. 주민들은 각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 쓰레기를 모두 보관함 속에 모아 두고 있었다. 이 보관함 덕분에 이곳은 여타 주택가와 달리 흔한 쓰레기봉지 하나 없이 말끔한 모습이었다.

가로 125㎝ㆍ세로 120㎝ㆍ폭 61㎝ 크기에 고가구처럼 세련된 문양이 그려져있는 이 보관함은 주택가 이곳저곳에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주민들이 함께 만든 작품이다. 보관함 상단에는 꽃을 심을 수 있도록 작은 화단도 마련돼 있어 봄이면 꽃이 피는 모습도 연출된다고 한다.

매탄4동 주민들이 함께 모인 공동체의 이름은 ‘소곤소곤행복정원마을’. 이름처럼 이곳 주민들은 눈을 마주치는 사람마다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았다. 지난 2014년 처음 결성된 이 모임에는 약 30여 명의 주민들이 마을 곳곳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 공동체는 골목 청결을 위해 쓰레기 보관함을 설치한 데 이어, 건물마다 화단을 설치하고 빈 공간에 텃밭을 조성하는 등 삭막했던 주택가에 화사한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보관함 위 화단을 정리하던 주민 A씨는 “지금은 겨울이라 다육이를 심었다”며 “쓰레기가 안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이렇게 꽃도 심을 수 있어 골목이 한층 환해진 느낌”이라며 미소지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처음에는 보관함을 나무로 만들어 썩기도 하고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함께 힘을 모아서 만든 작품이기에 더 뿌듯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소곤소곤행복정원마을’ 공동체는 주택가 쓰레기 분리 배출에 대한 고민을 이어온 끝에 보관함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에 공모했다. 이어 지난해 사업비를 지원받아 지금의 쓰레기 보관함을 완성했다. 처음에는 함께 하지 않았던 주민들도 참여의지가 불타오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관계자는 “매탄4동은 오래 전부터 마을 공동체가 잘 결성된 곳”이라며 “주민들이 워낙 적극적으로 나서준 덕에 사업을 진행하기에 수월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올해는 영통1동에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며, 수원 지역 어느 곳이나 공모 가능하니 주민들이 열심히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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