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급금 안주는 무상교복… 영세업체 ‘휘청’

재료비만 수억원인데… 교복 납품 끝나야 대금 지급
7개월 가량 빚내서 조달, “대형업체만 버틸 것” 우려

“교복 재료비만 수억 원에 달하는 데 선지급금은 한 푼도 없으니 교복을 아예 못 만들 처지입니다. 정치권에서 시작된 무상교복으로 영세업자들은 모두 망하게 생겼습니다”

경기도에서 ‘무상교복 정책’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해 영세 교복업체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복 재료비만 수억 원이 들어가지만 학교들은 교복을 모두 납품받은 후 대금을 지급하고 있어 재료비를 충당할 여력이 없는 영세 교복업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구조가 자칫 자본력을 갖춘 대형 교복업체들만 배를 불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18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경기도와 도교육청 등은 지난 2018년부터 학부모 교육비 부담 경감과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교복 무상지원사업(무상교복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도 교육청은 지난해 중학생에 이어 올해부터는 고등학생에게도 무상교복을 제공, 올해 중ㆍ고등학교 신입생 25만9천여 명이 1인당 30만 원 상당의 교복을 현물로 지원받는다.

그러나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해당 제도가 확대되면서 오히려 영세 교복업체들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무상교복 정책이 계약상 업체에 선급금을 지급할 수 없도록 돼 있어 영세업체들은 학교에 물건을 완납하기 전까지는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영세업체들은 계약을 채결해서 납품하기 전까지 재료 구입 등을 위해 무리하게 빚을 져가면서 교복을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상 계약부터 납품까지 7개월가량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영세 업체들은 반년 이상 스스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고 그에 따른 이자도 부담하고 있다.

수원의 한 영세 교복업체 대표 A씨는 “30년 동안 일을 해왔지만, 지금이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며 “집을 담보로 대출받은 것도 모자라 4억 원 가까운 빚이 생겼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교복업계 관계자는 “대형 교복업체들은 자금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많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면서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대형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복 주문은 전년도 7월께 들어가지만, 실제 예산 확보는 경기도의회 예산심의를 받아야 해 연말이 되어서야 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예산 구조 속에서는 교복 업체에 계약금을 선지급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만 영세업체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만큼 개선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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