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막히고 매연까지"…대형차 진입에 속 끓는 덕은동

외국인 관광객 실은 대형버스 수십대 드나들어

▲ 덕은동 도로를 가로막은 대형 물류차량.사진=제보자
▲ 덕은동 도로를 가로막은 대형 물류차량.사진=제보자

“인도도 제대로 없는 골목길에 대형 차량들이 밤이고 새벽이고 수시로 드나들어 생명의 위협까지 느낍니다. 대책 마련이 그렇게 어려운가요”.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 주민들이 대형 차량의 무더기 난입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관광버스, 컨테이너 물류차량 등이 마을 진입로를 막고, 통행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해당 차량들이 덕은동 내 외국인 관광객 대상 업체의 운영 및 공사를 위해 진입하고 있는 터라, 시에서도 이렇다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행복한 덕은동 가꾸기 협의회 안희정 대표는 본보에 “2017년부터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시에선 이 상황을 ‘민(民)-민’ 갈등으로 보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해주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방관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외국인 관광객 대상 업체는 총 2곳이다. 현재 운영 중인 A업체와 공사를 마무리하고 개업을 앞둔 라텍스 쇼핑몰 B다. 두 개 업체의 소유주는 같다.

▲ 덕은동에 걸린 현수막.사진=경기일보 김민서
▲ 덕은동에 걸린 현수막.사진=경기일보 김민서

주민들에 따르면 A업체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태운 수 십대의 관광버스가 매일 드나든다.

사업장 인근에서 만난 한 학생은 “아침에 학교 갈 때도 관광버스가 주차장으로 계속 들어간다. 집에 갈 때도 (버스가) 많이 보인다”며 “가끔 버스들이 시동을 계속 걸어놓는데 지나 갈 때 힘들다”고 토로했다.

라텍스 쇼핑몰 B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아이들과 노인들의 안전을 위협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이 건물 부지 바로 옆에는 올해 완공을 목표로 한 어린이 공원 조성이 예정돼 있다. 뿐만 아니라 인근에는 덕은초등학교, 덕양중학교가 위치해 있는데, 건물 앞이 아이들의 통학로로 이용되고 있다.

안 대표는 “주택가 한 가운데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라텍스 쇼핑몰이 들어서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준공 전인 2017년부터 2018년, 올해까지 여러 차례 건물 허가와 관련해 시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합법적’이란 이유로 제대로 된 대책 마련조차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쇼핑몰 옆은 어린이 공원이고 앞은 아이들의 통학로다. 더욱이 어르신들이 텃밭을 꾸리기 위해 빈번히 돌아다니는 길이기도 하다”며 “쇼핑몰이 문을 열면 대형 관광버스가 계속 드나들 텐데 주민들의 안전은 누가 보장해주냐”고 말했다.

실제, 덕은동 내 도로들은 인도와 차도가 제대로 구분돼 있지 않은 곳이 많았다. 또 경사가 심한 오르막,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골목길로 이루어져 있었다.

안 대표는 “얼마 전에는 대형 컨테이너를 실은 물류 차량이 마을의 좁은 골목길에 진입하려다 갇혀 온 주민이 공포에 빠진 적도 있다”며 “주민의 눈을 피해 밤이나 새벽에 들어오는 대형 차량도 많다”고 말했다.

▲ 덕은동 주택가 곳곳에 걸린 대형 차량 반대 현수막.사진=경기일보 김민서
▲ 덕은동 주택가 곳곳에 걸린 대형 차량 반대 현수막.사진=경기일보 김민서

주민들은 이 문제가 몇 년째 해결되지 않자 최근 고양시청 앞에서 피켓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또 ‘주택가 내 외국관광객쇼핑몰 결사저지를 위한 덕은동 주민대책위원회’를 만들고, 마을 곳곳에 반대 의사를 담은 현수막을 설치했다.

이 문제를 두고 고양시 역시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업체들이 민간 사업장인 데다, 건축 승인 등 과정도 적법한 절차를 거친 만큼 시의 대책 마련에도 한계가 따른다는 것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해당 사업주에게 입장을 전달하고, 행정지도를 했다”며 “또 민원인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사업주에게도 시 차원에서 민원과 관련해 여러차례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시가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책위의 요구안에는 ▲대형 물류차량 크기 및 중량 제한 ▲차량 지도 신호수 배치 ▲야간, 새벽, 통학시간, 주말 및 공휴일 대형차량 진입 금지 등이 포함돼 있다.

현재까지 라텍스 쇼핑몰 반대 서명에 동참한 주민은 333명이다. 주민들은 시 차원에서 해결이 되지 않을 시, 경기도에 감사를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안 대표는 “2017년 시가 민원 답변서를 통해 ‘관련부서와 함께 주민과 어린이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아무 것도 진행되지 않았고 이후 민원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면서 “시는 주민을 보호하지 않고 방관만 하고 있다. 하루 빨리 주민들의 안전을 보호해달라”고 호소했다.

▲ 덕은동 골목을 가로막은 대형 차량들.사진=제보자
▲ 덕은동 골목을 가로막은 대형 차량들.사진=제보자

고양=김민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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